‘나홀로 영화족’. 영화를 극장에서 세 편 본다면 그 중 두 편은 적어도 혼자 본다는 사람들. 2013년 전체 관객 중 7.2%에 불과했으나 2014년 8.3%, 2015년 9.8%로 쑥쑥 늘더니 올 상반기 11.7%로 올라선 무시못할 관객층(CGV 집계). 홀로 당당히 극장 가길 꺼려하지 않는 이들은 과연 정체가 뭘까.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최대 극장체인 CGV에 의뢰해 ‘나홀로 영화족’의 모든 것을 파헤쳤다.
일단 짚고 넘길 건 이들은 20·30대 젊은층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올 상반기 연 3회 이상 CGV에서 영화를 본 전체 관객 중 1인 관객의 주된 연령층을 살펴보니 20·30대가 70%로 압도적이었다. 20대는 여성(22.6%)이 남성(13.1%)보다 많았고, 30대는 남성(18.1%)이 여성(16.3%)을 웃돌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예술영화를 사랑했다. 그것도 유수 영화제에서 수상한 검증된 작품들을 많이 봤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간 ‘나홀로 영화족’들의 영화 선택 성향을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많이 본 1위 영화는 사진작가 출신 감독 안톤 코르빈의 ‘라이프’. 시대의 아이콘이며 불멸의 청춘스타로 불리는 제임스 딘의 무명 시절, 딘과 그런 그의 사진을 남기려 한 사진작가 데니스 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2위 영화는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사울의 아들’이었다.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1944년 아우슈비츠의 음습한 가스실 내 시체처리반 사울(게자 뢰리히)의 하루를 다룬 영화다. 그리고 3위는 그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 4위는 여성 참정권 운동을 다룬 페미니즘 영화 ‘서프러제트’, 5위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였다. 그 뒤를 잇는 6~10위 또한 전부 예술영화들이었다.
이는 2인 관객이 데이트용 오락영화, 3인 이상 관객이 가족용 애니메이션 영화에 몰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데이트 관객이 상당수인 2인 관객이 ‘내부자들’(1위)을 가장 많이 봤고, ‘데드풀’(2위), ‘뷰티 인사이드’(3위), ‘아가씨’(4위), ‘곡성’(5위) 순인 것과 뚜렷이 구분된다. 이승원 CGV 리서치센터 팀장은 “‘나홀로 영화족’은 영화 관람시 영화 콘텐츠의 질을 더 면밀히 따지는 경향이 짙다”며 “오락성보다 작품성을 중시하기에 예술영화들에 더 포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혼자 극장에 가는 이유는 뭘까.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531명의 ‘나홀로 영화족’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몰입감 있는 관람을 위해’(49%)서란 의견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약속 잡는 과정이 귀찮고 복잡해서’(48.2%), ‘혼자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38.8%), ‘원하는 시간에 같이 볼 사람이 없어서’(38.8%) 순이었다. 이렇듯 ‘몰입감 있는 관람’을 위해 혼자 극장을 가고, 주로 예술영화를 보는 1인 관객은 영화 평점과 리뷰도 꼼꼼히 달았다. CGV 영화 평점 리뷰 중 26.8%가 이들에 의해 작성됐다. 김대희 CGV 홍보팀 과장은 “예술영화와 관련한 평점과 리뷰의 상당수는 이들에 의해 작성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편으로 최신 개봉작에 매우 민감한 영화 매니아층이라는 것도 특기할 점이다. ‘나홀로 영화족’은 특정 영화가 개봉하면 1주일 이내 관람하는 비중이 42.0%로 매우 높았고, 2주 이내 관람한 경우까지 합하면 무려 81.0%에 달했다. 2인 관객이 2주일 이내 관람하는 비율(36.2%)의 두 배를 웃돈다. 그렇다고 예매 스타일이 신중한 편인 건 또 아니었다. 오히려 충동적이었다. ‘나홀로 영화족’의 50%가 영화 관람 한 시간 전 충동 예매를 했고, 관람 당일 예매하는 비중은 77%에 달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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