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이 가진 매력은 뭘까. 돌아서면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힘 아닐까. 마치 지나간 옛 연인처럼. 더군다나, 우리 가슴 한 켠에 아련한 향수까지 일으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세초(歲初) 극장가의 두드러진 특징 하나를 꼽자면 그런 명작 영화가 대거 관객 품에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20~30년도 더 된, 진한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부터 불과 1~2년 밖에 안 된 최신작까지, 한마디로 명작 영화 ‘다시보기 붐’이다.
우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2014)와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다. 개봉 시점이 불과 1~2년 밖에 되지 않은 이 최신작 두 편은 14일부터 CJ CGV IMAX 상영관을 통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맞게 됐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박인아 과장은 “최근 ‘아이맥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설문에서 두 영화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해 재개봉을 기획했다”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팬들로부터 ‘다시 개봉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무려 세 번째 개봉한 작품도 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연출한 ‘러브레터’(1995)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한 폭의 위대한 그림처럼 새로이 그려낸 이 영화는 1990년대 멜로물 중 가장 각광받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오겡끼 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라는 명대사로 뭇 팬들의 마음을 적시며 두터운 팬층을 일궈왔던 그 영화다. 21년 전 멜로물로는 드물게 140만명을 기록했고, 2013년 재개봉 당시에도 손익분기점 3만명을 뛰어넘는 성과(4만8000명)를 거둔 바 있다.
진득한 범죄 누와르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해 추억의 선물도 마련돼 있다. 3월 재개봉을 확정지은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1986)이다. 제목 만으로도 남자 향기 풀풀 날리는 이 작품이 무려 30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는 소식에 뭇 중년 남성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홍콩 누와르물 세계를 활짝 열어젖혔다고 평가받은 만큼 요즘 극장가에서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영웅본색’ 특유의 진한 인간애가 되살아날 지 자못 기대된다.
이러한 극장가 재개봉 열풍은 이미 이들 영화가 일종의 틈새시장이 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복원 기술이 발전하면서 저화질 옛 영화를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게 된 요즘, ‘검증된 작품성’ ‘두터운 팬층’ ‘부가적 수익 창출’이란 삼박자가 잘 맞물려질 때, 이들 작품이 영화시장의 쏠쏠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대희 CJ CGV 홍보팀 과장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이 발전하면서 명작 재개봉이 하나의 틈새시장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라며 “충성도 높은 고정 수요층이 존재하는 데다 개봉 당시 관람 기회를 놓친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이점, 그리고 중년 관객에겐 불러일으키는 향수 등이 일종의 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