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지난 50년을 이끌어온 출판사 창비의 백낙청 편집인(77)이 공식적으로 퇴임한다.
창비는 23일 자사가 주관하는 문학상인 백석문학상·신동엽문학상·창비신인문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25일 백 편집인이 내년 창비 창간 50주년을 앞두고 공식적으로 퇴임한다고 밝혔다. 백 편집인은 이날 폐회 인사를 통해서 편집인 퇴임의 소감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백낙청 편집인은 창비 50주년을 앞두고 편집 일선에서 물러나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고, 이번 25일 시상식에서 공식적인 퇴임사를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낙청 편집인은 최근 자사의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은퇴를 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는 “창작과비평을 50년동안 이끌어오면서 이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비의 최대의 약점으로 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는데 편집인에서 물러나 51주년부터는 새로운 계간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편집주간 중심으로 이끌어가는 계간지 창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논객으로는 계속 글을 쓰겠다“면서 ”서양문학과 한국문학을 포괄하는 평론을 계속 써가고 싶다”고 말했다.
백 편집인은 1938년생으로 고교 졸업후 도미해 브라운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하고 1962년부터 서울대 영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28세의 나이에 1966년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해 편집인이자 문학평론가로 50여년간 활동해 왔다. 주요저서로는 ‘민족문학과 세계문학’,‘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등이 문학 이론서와 ‘21세기의 한반도 구상’ 등을 펴냈다.
1966년 1월 계간지 ‘창작과비평’은 서울 공평동 태을다방 옆에 자리한 조그만 출판사인 문우출판사의 이름을 빌려 창간호가 발간됐다. 이후 1974년에 ‘창비신서’의 간행과 함께 출판사업을 시작했다. 창비는 황석영의 소설집 ‘객지’와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선보이면서, 비판적 지적 창구로 주목을 받았다. 신경림의 시집 ‘농무’ 등을 포함하여 ‘창비시선’을 간행한 것은 ‘순수주의’에서 벗어나 현실을 담아내려는 노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창비는 80~90년대 한국문학의 전성기를 이끌며 참여문학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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