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Z 소비, 램프증후군, 아키텍키즈, 있어빌러티, 1인미디어 전성시대, B급 정서, 착한소비….’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아동학부 교수(52)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원숭이의 해인 2016년 병신년(丙申年)을 이끌 트렌드를 이렇게 꼽았다. 10일 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6’(미래의창)에서 김 교수는 ‘MONKEY BARS’이라는 키워드로 내년 10대 소비 트렌드를 예측했다. 김 교수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볼수 있는 구름다리를 뜻하는 ‘멍키바’라는 키워드를 꼽은 건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무사히 정치·사회·경제적 위기의 깊은 골을 뛰어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기업에 화두를 던진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의 저성장 기조에 대해 “소빙하기의 시작에 비유될 수 있는 상황으로 대증적 경기부양책을 쓴다고 쉽게 회복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2016년 위기 돌파의 관건은 정치와 행정의 혁신과 리더십 복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올해 한국사회를 휩쓴 3대 현상으로 경기침체와 SNS의 영향력 확대, 사건사고로 인한 불안과 불신의 만연을 꼽았다. 이 세가지 배경이 모두 반영된 첫 키워드가 플랜 Z 소비다. 플랜 A가 최선이라면 플랜 Z는 최후의 보루, 즉 구명보트다.
잔고가 0원이고 최악의 상황이어도 소비는 우아하게 하며, 순간의 행복에 충실한 세대의 등장을 예견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한 푼이라도 절약하는 ‘앱테크’의 달인들은 샘플세일과 리퍼브 제품의 마스터가 되는 방식으로 ‘우아한 서바이벌’에 나선다. 이같은 ‘가성비’의 약진은 브랜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노브랜드’가 각광받고, 중국 가전제품 샤오미의 약진 같은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아한 서바이벌을 돕는 도구가 SNS다. 너저분한 현실을 잘라내고 멋진 일상만 프레임에 담는 기술을 ‘있어빌리티(있어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이 책은 정의한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허세의 공간인 SNS에서 슈퍼 스타보다는 작은 유명인이 새롭게 각광받고, ‘꿀팁’과 같은 쉽고 가벼운 지식, 임시방편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SNS에서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취향이 맞는 사람끼리 뭉치는 ‘21세기 취향공동체’의 등장도 예측한다.
신세대 엄마들은 부모보다는 SNS의 조언을 더 신뢰한다. 생후 1달, 백일, 돌 등의 육아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이런 육아법이 마치 건물을 한층한층 쌓는 공정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아키텍-키즈’라고 명명한다. 또 1인 미디어의 무서운 확장세가 기존 공중파 중심의 방송시스템의 체질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 내다본다. 과거 오타쿠의 세상으로 폄하되던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스타의 등용문으로 각광받을 것이라는 말이다.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이후 과잉근심이 만연한 사회, 불안 마케팅과 근심해소상품이 인기를 얻는 ‘램프증후군’의 도래도 예견한다.
‘미래형 자급자족’ 키워드는 이같은 불안사회가 가져온 트렌드다. 지속가능한 삶의 양식에 대해 한 고민과, 잘 먹고 잘살기 위한 공동체적 해결법을 갈구하고, ‘웰빙’에서 더 나아가 ‘웰에이징’과 ‘웰다잉’에까지 관심이 확장된다.
짜증나는 현실을 타파할 새로운 재밋거리에 대한 추구도 늘어난다. ‘원초적본능’에 대한 몰두다. 너무 잘 나가는 것들만 보는 것도 지겨워진 시대 사람들은 싼 티 나는 B급 정서를 더 반기고, 비주류나 질서파괴자가 더 환영받고 키치적 재미에 눈뜬 브랜드들이 잘 나갈 것이라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연극적 개념소비’라는 키워드를 통해 착한 소비라는 가면을 쓴 소비자들의 내면 심리에 주목한다 스마트폰으로 기부 앱을 다운받고, 수십만원대의 에코백을 사는 현상이 더욱 만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교수는 2015년의 10대 상품도 뽑았다. 백종원이 유행시킨 ‘단맛’, 메르스 사태로 인한 마스크와 손소독제, 복면가왕, 삼시세끼, 셀카봉, 소형 SUV, 쉐프테이너, 샤오미 등의 저가중국전자제품, 편의점 상품, 한식뷔페가 올해 한국을 이끈 히트상품으로 소개됐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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