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있는 2015년 8월 공연계의 주된 키워드는 민족주의 혹은 애국심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창작뮤지컬계의 주된 흐름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조선말을 시대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아리랑’ 뿐 아니라, 1926년대 윤심덕과 김우진의 자살사건을 주요 소재로 하는 ‘사의찬미’ 100년 전 조선말 개화기의 시절 해프닝을 다루는 ‘한 여름밤을 꿈’ 명성황후를 또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까지. 올 여름 선보이는 대부분의 창작뮤지컬들이 1900년대에서부터 192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 뮤지컬 중 가장 앞선 시대상을 다루는 ‘명성황후’는 지난 2011년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서울 공연에 나섰다. 다시 서울 무대에 오른 ‘명성황후’의 감회와 각오는 남다르다. 광복 70주년과 명성황후 시해 120주기라는 공연 외적인 사회적인 분위기 외에도, ‘명성황후’의 역사만 놓고 봤을 때도 무려 20주년 기념공연이기 때문이다.
공연 횟수 1096회에 1997년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 2002년에는 영국 웨스트앤드 무대에 올라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굵직굵직한 대기록을 세웠던 ‘명성황후’는 오랜만에 서울공연에 나선 만큼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20년 전 이 작품을 보신 관객이 있으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으실 것”이라는 윤호진 연출가의 말처럼, 2015년 ‘명성황후’는 2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를 통해 완전한 새 옷을 입고 다시 관객 앞에 섰다.
명성황후가 궁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본에 의해 시해되는 을미사변까지의 사건들을 그리는 ‘명성황후’는 화려한 영상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기술을 통해 더욱 현실감을 더했다. 무대 전체가 상승하는 2막의 ‘여우사냥’ 현장은 ‘명성황후’ 무대미술의 절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개화기 시대를 이야기하는 ‘명성황후’를 보다보면, 저절로 한국의 근현대사 공부를 하는 효과를 선사한다.
‘명성황후’가 위기의 왕조를 다루는 작품이라면, ‘아리랑’은 을사조약(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 이후 나라를 빼앗긴 이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다루는 뮤지컬이다. 궁궐의 풍경을 다루면서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명성황후’와는 달리 애이불비의 정서를 앞세우는 ‘아리랑’은 서럽고 또 처절하다.
제작 단계부터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아리랑’은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치면서 완성된 대형창작뮤지컬 뮤지컬이다. 이에 대해 ‘아리랑’의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제작발표회 당시 “뮤지컬 ‘아이다’를 공연할 당시 극중 누비아 백성들이 핍박 받으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걸 듣고 마음이 울렸다. 그때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을 무대에 올리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아리랑’의 제작의도를 밝혔다.
제작비 50억 원을 투자하며 무대 위로 올린 ‘아리랑’은 웅장하면서도 아름아운 넘버와 서범석, 안재욱, 윤공주, 김우형 등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면서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을 2시간40분으로 압축하면서 이야기 전개가 거칠어진 부분이 있으나 프로듀서를 맡은 박명성 예술감독의 뚝심과 고선웅 식 연출의 맛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1일 첫 선을 보이는 ‘한여름밤을꿈’은 100여 년 전 개화기, 대한제국 명성황후의 명으로 고종 황제의 은혼식에서 상영될 영화 ‘장화홍련전’의 촬영 해프닝을 다룬 이야기다. 한 밤 숲 속 귀신들과 인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에, 한국적인 리듬과 오리엔탈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멜로디로 대중성을 높였다고 전해지면서 개막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한국적 창작가무극 개발의 일환으로 2013년 초연한 ‘잃어버린 얼굴 1895’(이하 ‘잃어버린 얼굴’) 역시 2015년 8월29일 막을 올린다. ‘잃어버린 얼굴’은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명성황후의 얼굴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2013년 초연 당시 서양의 클래식과 현대음악, 굿, 판소리가 어우러진 넘버와, 화려한 무대 연출,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춤으로 호평을 받았다. 광복절인 8월15일 이후 개막되기는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우리나라에 있어 광복절은 뜻 깊은 휴일 중 하나이다. 민족의 혼이 뜨거워지는 8월, ‘명성황후’와 ‘아리랑’ 등의 뮤지컬들은 광복절 특수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시기적인 효과 여부를 떠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성으로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과거는 70년이 지난 무대 위, 춤과 노래를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오늘날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일제강점기로 넘어가는 조선말을 시대배경으로 하는 뮤지컬 ‘명성황후’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아리랑’ 뿐 아니라, 1926년대 윤심덕과 김우진의 자살사건을 주요 소재로 하는 ‘사의찬미’ 100년 전 조선말 개화기의 시절 해프닝을 다루는 ‘한 여름밤을 꿈’ 명성황후를 또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까지. 올 여름 선보이는 대부분의 창작뮤지컬들이 1900년대에서부터 192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위 뮤지컬 중 가장 앞선 시대상을 다루는 ‘명성황후’는 지난 2011년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서울 공연에 나섰다. 다시 서울 무대에 오른 ‘명성황후’의 감회와 각오는 남다르다. 광복 70주년과 명성황후 시해 120주기라는 공연 외적인 사회적인 분위기 외에도, ‘명성황후’의 역사만 놓고 봤을 때도 무려 20주년 기념공연이기 때문이다.
공연 횟수 1096회에 1997년 아시아 최초로 뉴욕 브로드웨이 진출, 2002년에는 영국 웨스트앤드 무대에 올라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굵직굵직한 대기록을 세웠던 ‘명성황후’는 오랜만에 서울공연에 나선 만큼 만발의 준비를 마쳤다. “20년 전 이 작품을 보신 관객이 있으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으실 것”이라는 윤호진 연출가의 말처럼, 2015년 ‘명성황후’는 20년의 세월동안 끊임없는 변화와 진화를 통해 완전한 새 옷을 입고 다시 관객 앞에 섰다.
명성황후가 궁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일본에 의해 시해되는 을미사변까지의 사건들을 그리는 ‘명성황후’는 화려한 영상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대기술을 통해 더욱 현실감을 더했다. 무대 전체가 상승하는 2막의 ‘여우사냥’ 현장은 ‘명성황후’ 무대미술의 절정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개화기 시대를 이야기하는 ‘명성황후’를 보다보면, 저절로 한국의 근현대사 공부를 하는 효과를 선사한다.
‘명성황후’가 위기의 왕조를 다루는 작품이라면, ‘아리랑’은 을사조약(1905년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조약) 이후 나라를 빼앗긴 이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다루는 뮤지컬이다. 궁궐의 풍경을 다루면서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명성황후’와는 달리 애이불비의 정서를 앞세우는 ‘아리랑’은 서럽고 또 처절하다.
뮤지컬 ‘아리랑’의 한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제작 단계부터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시작된 ‘아리랑’은 3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치면서 완성된 대형창작뮤지컬 뮤지컬이다. 이에 대해 ‘아리랑’의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제작발표회 당시 “뮤지컬 ‘아이다’를 공연할 당시 극중 누비아 백성들이 핍박 받으며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처절하게 노래하는 걸 듣고 마음이 울렸다. 그때 우리 민족의 아리아인 ‘아리랑’을 무대에 올리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했다”며 ‘아리랑’의 제작의도를 밝혔다.
제작비 50억 원을 투자하며 무대 위로 올린 ‘아리랑’은 웅장하면서도 아름아운 넘버와 서범석, 안재욱, 윤공주, 김우형 등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면서 큰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방대한 분량을 2시간40분으로 압축하면서 이야기 전개가 거칠어진 부분이 있으나 프로듀서를 맡은 박명성 예술감독의 뚝심과 고선웅 식 연출의 맛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1일 첫 선을 보이는 ‘한여름밤을꿈’은 100여 년 전 개화기, 대한제국 명성황후의 명으로 고종 황제의 은혼식에서 상영될 영화 ‘장화홍련전’의 촬영 해프닝을 다룬 이야기다. 한 밤 숲 속 귀신들과 인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스토리에, 한국적인 리듬과 오리엔탈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멜로디로 대중성을 높였다고 전해지면서 개막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술적 가치가 높은 한국적 창작가무극 개발의 일환으로 2013년 초연한 ‘잃어버린 얼굴 1895’(이하 ‘잃어버린 얼굴’) 역시 2015년 8월29일 막을 올린다. ‘잃어버린 얼굴’은 사진 한 장 남아있지 않은 명성황후의 얼굴을 찾기 위한 여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2013년 초연 당시 서양의 클래식과 현대음악, 굿, 판소리가 어우러진 넘버와, 화려한 무대 연출,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춤으로 호평을 받았다. 광복절인 8월15일 이후 개막되기는 하지만,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관객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작품이라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우리나라에 있어 광복절은 뜻 깊은 휴일 중 하나이다. 민족의 혼이 뜨거워지는 8월, ‘명성황후’와 ‘아리랑’ 등의 뮤지컬들은 광복절 특수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끊임없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시기적인 효과 여부를 떠나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성으로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과거는 70년이 지난 무대 위, 춤과 노래를 통해 여전히 살아 숨 쉬며 오늘날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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