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속의 애티커스 변호사는 ‘앵무새 죽이기’의 오랜 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만들고 있다.”
‘앵무새 죽이기’의 속편 ‘파수꾼’(Go set a Watchman)의 공개를 앞두고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실린 세계적인 평론가 미치코 가쿠타니의 서평이다.
55년만에 공개된 하퍼 리(88)의 신작이 전미 독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14일 자정 세계 26개국에서 동시 출간되는 ‘파수꾼’에서 정의로운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는 인종 차별주의자로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티커스 핀치가 KKK단에 가담한 적이 있고, “깜둥이들은 나이 들어도 어린애”“우리 아이들이 흑인과 같은 학교, 교회를 다니는게 가당한가?”라고 비하하는 등 인종 차별주의자 면모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가 4000만부가 팔린 20세기의 고전이 된 건 인종 차별에 맞선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의 정의로운 모습 때문이었다. 핀치는 백인 여성을 강간했다는 누명을 쓴 흑인 로빈슨을 변호하며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고 발언해 백인 양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작품 이후 60년대 미국에선 애티커스라는 이름이 급증했고, 로스쿨 진학율이 높아지기도 했다.
‘파수꾼’은 1957년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뒤 편집자의 조언에 따라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다시 쓰여져 3년 뒤 ‘앵무새 죽이기’로 태어났다. 명작의 원형이 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셈이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 이후 20년이 흐른 1950년대가 시대적 배경. 26살이 된 스카우트가 뉴욕에서 고향 앨러배마의 아버지를 방문하는 이야기다. 아버지 핀치와 남자친구 헨리가 인종차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이와 싸우는 스카우트의 모습과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이 그려진다. 성인이 된 스카우트의 로맨스와 변해버린 고향 마을을 바라보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핀치가 백인 여성을 강간한 누명을 쓴 흑인을 변호하는 이야기는 단지 작은 에피소드로만 등장하며 심지어 로빈슨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스카우트의 오빠 젬의 비중도 크지 않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며, 이 소설은 우상의 파괴”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하퍼 리의 유산을 흔들리게 만든다”고 혹평했다.
‘파수꾼’은 출간전부터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 하퍼 콜린스의 출간계획이 알려지면서, 반세기전 출간이 반려된 함량미달의 작품이 노쇠한 작가의 기억력과 판단력으로 인해 ‘억지 출간’ 되는게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같은 비판이 제기되자 주정부까지 나서 “책 출간은 본인 의사”라고 결론짓기에 이르렀다.
‘세기의 속편’은 논란 끝에 떠들썩하게 한국에 상륙하게 됐다. 미국에서는 2월부터 예약판매를 시작해 초판 200만부를 찍었다. 국내에서는 열린책들이 치열한 선인세 경쟁 끝에 판권을 따냈고, 이례적으로 초판 10만부를 찍어 여름 시장을 공략할 채비를 마쳤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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