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다. 여성 가수들이 여름 휴가철 음원차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4일 정부 공인 음원통계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해 32주차 주간차트 톱5 중 걸그룹(혹은 그룹에서 독립한 솔로 유닛)이 3팀이나 포진해 있다. 그 주인공은 4인조 '씨스타(1위ㆍ곡명 터치 마이 바디)', 4인조 포미닛 멤버 '현아(3위ㆍ빨개요)', 4인조 '걸스데이(5위ㆍ달링)'다. 보이그룹이나 남성 가수들이 차트를 장악하고 있던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현상이다. 가요계에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걸그룹 역사와 이면을 들여다봤다. 한국 아이돌 걸그룹 원조는 1997년 데뷔한 3인조 'S.E.S'와 그 이듬해 출격한 4인조 '핑클'이다. 둘 모두 요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많은 남동생과 오빠 팬이 이들 춤과 노래에 열광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H.O.T 젝스키스 같은 남자 아이돌만 흥행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S.E.S와 핑클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 고정관념을 깨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5인조 '베이비복스'는 리드보컬 둘, 서브보컬 둘에 래퍼가 하나로 오늘날 걸그룹 구성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는 등 시대를 앞서간 걸그룹이었다.
한국 걸그룹 역사에 분기점이 된 시기는 S.E.Sㆍ핑클ㆍ베이비복스 데뷔 10년 후인 2007년이다.
9인조 '소녀시대', 5인조 '원더걸스', 4인조 '카라'가 팬심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원더걸스는 '텔미' '노바디' 등 히트곡으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욕적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소녀시대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걸그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민 아이돌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카라는 실력파 보컬그룹 콘셉트로 일본에 진출했다.
이들 등장으로 걸그룹 주요 팬층이 기존 10대 청소년에서 30ㆍ40대 아저씨까지로 넓어지게 됐다. 차트 1위를 향한 이들 간 내부 경쟁이 걸그룹 고정팬층을 '삼촌 팬'으로까지 확대하는 선순환 효과를 낸 셈이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가 대박을 내자 2009년 이후 걸그룹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왔다. 에프엑스, 투애니원, 시크릿, 애프터스쿨, 티아라 등이 모두 2009년에 데뷔했다. 콘셉트는 물론 장르도 댄스음악에서부터 힙합까지 다양해졌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해 뭇 남성들 사이에서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끈 4인조 '미쓰에이' 멤버 수지다. 4인조 '포미닛' 멤버 현아는 2012년 글로벌 대박을 친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나와 이름을 알렸고, 이는 최근 솔로 활동을 하는 데 큰 기반이 됐다. 5인조 '크레용팝', 4인조 '마마무' 등은 차별된 안무와 패션을 무기로 내세웠다.
걸그룹 인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엔 섹시 콘셉트가 도를 넘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노래나 안무에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보니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신인 가수로선 '너무 벗었다'고 욕먹는 것 자체도 솔직히 고마운 상황"이라며 "섹시 콘셉트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요계 다른 관계자는 "걸그룹이 여름휴가철인 최근에 경쟁적으로 음반을 출시하는 건 몸매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등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걸그룹의 공통점은 무조건 벗어젖히는 섹시 콘셉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대신 다른 그룹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과도한 섹시 콘셉트는 대중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 앨범 타이틀곡 '터치 마이 바디'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씨스타만 하더라도 노출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인기 비결은 멤버 각자 개성과 탄탄한 보컬 실력"이라며 "씨스타는 건강한 섹시 미(美)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씨스타는 3년 내내 여름철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남성 팬만큼 여성 팬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걸그룹과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오빠나 삼촌 팬들만 거느리고 있으면 흥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팬은 남성에 비해 콘서트 관람 등 수익과 직결되는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씨스타와 걸스데이 팬클럽은 남성과 여성 비율이 각각 4대6, 6대4가량 될 정도로 여성 팬이 많다.
걸스데이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나상철 이사는 "걸그룹이 대중적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선 여성 팬 지지가 필수"라면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세 걸그룹은 4인조다. 씨스타 걸스데이 포미닛을 비롯해 시크릿 카라 등이 그렇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내세운 신인 걸그룹 '레드벨벳'도 4인조다. 9인조 소녀시대 이후 '떼그룹'은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걸그룹 적정 멤버 수에 대한 가요계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걸그룹 평균 수명은 5~6년가량밖에 안 된다. 보이그룹보다 훨씬 짧다. 이마저도 중간에 인기 동력을 잃으면 바로 추락하는 게 이 바닥의 냉엄한 진리다. 지난달 에프엑스, 걸스데이, 씨스타가 참여한 걸그룹 대전(大戰)이 치열하게 펼쳐졌고, 이달 카라와 시크릿, 오렌지캬라멜 등이 컴백한다. 걸그룹 생존게임은 올여름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건투를 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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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정부 공인 음원통계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해 32주차 주간차트 톱5 중 걸그룹(혹은 그룹에서 독립한 솔로 유닛)이 3팀이나 포진해 있다. 그 주인공은 4인조 '씨스타(1위ㆍ곡명 터치 마이 바디)', 4인조 포미닛 멤버 '현아(3위ㆍ빨개요)', 4인조 '걸스데이(5위ㆍ달링)'다. 보이그룹이나 남성 가수들이 차트를 장악하고 있던 기존과 확연히 달라진 현상이다. 가요계에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걸그룹 역사와 이면을 들여다봤다. 한국 아이돌 걸그룹 원조는 1997년 데뷔한 3인조 'S.E.S'와 그 이듬해 출격한 4인조 '핑클'이다. 둘 모두 요정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수많은 남동생과 오빠 팬이 이들 춤과 노래에 열광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H.O.T 젝스키스 같은 남자 아이돌만 흥행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다"면서 "S.E.S와 핑클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이 고정관념을 깨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한 5인조 '베이비복스'는 리드보컬 둘, 서브보컬 둘에 래퍼가 하나로 오늘날 걸그룹 구성의 단초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가수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는 등 시대를 앞서간 걸그룹이었다.
한국 걸그룹 역사에 분기점이 된 시기는 S.E.Sㆍ핑클ㆍ베이비복스 데뷔 10년 후인 2007년이다.
9인조 '소녀시대', 5인조 '원더걸스', 4인조 '카라'가 팬심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원더걸스는 '텔미' '노바디' 등 히트곡으로 전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욕적으로 미국에 진출했다. 소녀시대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걸그룹'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국민 아이돌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카라는 실력파 보컬그룹 콘셉트로 일본에 진출했다.
이들 등장으로 걸그룹 주요 팬층이 기존 10대 청소년에서 30ㆍ40대 아저씨까지로 넓어지게 됐다. 차트 1위를 향한 이들 간 내부 경쟁이 걸그룹 고정팬층을 '삼촌 팬'으로까지 확대하는 선순환 효과를 낸 셈이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가 대박을 내자 2009년 이후 걸그룹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왔다. 에프엑스, 투애니원, 시크릿, 애프터스쿨, 티아라 등이 모두 2009년에 데뷔했다. 콘셉트는 물론 장르도 댄스음악에서부터 힙합까지 다양해졌다.
걸스데이
하지만 요즘은 걸그룹이 우후죽순으로 명함을 내밀면서 어지간하면 초창기 같은 흥행 대박을 넘볼 수 없게 됐다. TV 예능프로그램이나 영화에 출연해 얼굴을 알리거나 전과는 차별된 콘셉트로 대중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될성부른 멤버 두어 명을 그룹에서 분리시켜 독자적인 '유닛' 활동을 하게 하는 등 상상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대표적인 예가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해 뭇 남성들 사이에서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키며 큰 인기를 끈 4인조 '미쓰에이' 멤버 수지다. 4인조 '포미닛' 멤버 현아는 2012년 글로벌 대박을 친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카메오로 나와 이름을 알렸고, 이는 최근 솔로 활동을 하는 데 큰 기반이 됐다. 5인조 '크레용팝', 4인조 '마마무' 등은 차별된 안무와 패션을 무기로 내세웠다.
걸그룹 인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최근엔 섹시 콘셉트가 도를 넘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노래나 안무에서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보니 무리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신인 가수로선 '너무 벗었다'고 욕먹는 것 자체도 솔직히 고마운 상황"이라며 "섹시 콘셉트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가요계 다른 관계자는 "걸그룹이 여름휴가철인 최근에 경쟁적으로 음반을 출시하는 건 몸매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등 섹시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우려는 전략"이라고 봤다.
하지만 최근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 걸그룹의 공통점은 무조건 벗어젖히는 섹시 콘셉트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대신 다른 그룹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과도한 섹시 콘셉트는 대중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새 앨범 타이틀곡 '터치 마이 바디'로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씨스타만 하더라도 노출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씨스타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서현주 이사는 "인기 비결은 멤버 각자 개성과 탄탄한 보컬 실력"이라며 "씨스타는 건강한 섹시 미(美)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일까. 씨스타는 3년 내내 여름철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남성 팬만큼 여성 팬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과거 걸그룹과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 오빠나 삼촌 팬들만 거느리고 있으면 흥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팬은 남성에 비해 콘서트 관람 등 수익과 직결되는 충성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씨스타와 걸스데이 팬클럽은 남성과 여성 비율이 각각 4대6, 6대4가량 될 정도로 여성 팬이 많다.
걸스데이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나상철 이사는 "걸그룹이 대중적 팬덤을 확보하기 위해선 여성 팬 지지가 필수"라면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대세 걸그룹은 4인조다. 씨스타 걸스데이 포미닛을 비롯해 시크릿 카라 등이 그렇다. 최근 SM엔터테인먼트가 내세운 신인 걸그룹 '레드벨벳'도 4인조다. 9인조 소녀시대 이후 '떼그룹'은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다. 걸그룹 적정 멤버 수에 대한 가요계 공식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시스타
나 이사는 "멤버 숫자가 많으면 멤버들 얼굴을 대중에게 알리고 각인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 노래나 안무 파트 배분에서도 불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멤버 숫자가 너무 적으면 그룹 자체가 불안정해 보이기 때문에 대세 걸그룹 멤버 숫자가 4명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걸그룹 평균 수명은 5~6년가량밖에 안 된다. 보이그룹보다 훨씬 짧다. 이마저도 중간에 인기 동력을 잃으면 바로 추락하는 게 이 바닥의 냉엄한 진리다. 지난달 에프엑스, 걸스데이, 씨스타가 참여한 걸그룹 대전(大戰)이 치열하게 펼쳐졌고, 이달 카라와 시크릿, 오렌지캬라멜 등이 컴백한다. 걸그룹 생존게임은 올여름 내내 지속될 전망이다. 건투를 빈다.
[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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