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3.00%였던 기준금리는 지난 2월 25일 내리면서 현재 2.75%다. 기준금리 2%대 진입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금리와 부동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금리 인하는 큰 호재이다. 대체로 금리가 떨어질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어서다.
특히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 KB부동산보고서’에 따르면 기준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거래총액 추이를 비교한 결과, 금리 하락기에는 거래총액이 증가하고, 금리 상승기에는 거래총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해 수익률은 하락하고, 투자 수요는 감소한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기로 접어들면 비용 감소와 수익률 상승 기대감으로 투자 심리를 자극해 투자 수요는 증가한다.
기준금리와 상업용 부동산 거래총액 추이

자료: 한국은행, 국토교통부 실거래 자료 분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올초만 해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서면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았다. 글로벌 시장이 급변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속도감이 다소 조정됐으나 연내 추가 인하 기조는 뚜렷하다.
금리 인하는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는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금리 외에도 대내외 여건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다.
우선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등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환율이 출렁이고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국내 역시 정치적 혼란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온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미국 관세 정책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을 1.2%에서 0.9%로 조정한지 일주일 만에 0.7%로 낮췄다. 예상보다 큰 폭의 미국 관세 인상을 비롯해 국내 정책 환경과 대외 악재 전개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당분간 시장을 지켜보면서 투자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투자 수요의 관망세는 깊어질 전망이다. ‘금리 인하’ 하나만으로 수익형 부동산 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반기 불확실성이 걷힌다면 수익형 부동산 유형 및 지역에 따라 양극화한 시장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수요의 관심이 이어질 상품은 임대수익률이 상승 추세인 오피스텔과 외국인 관광객 수가 증가한 호텔 등 숙박시설 정도를 꼽을 수 있다.
KB부동산이 발표한 ‘KB오피스텔 통계’를 살펴보면 3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32%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대비 0.06%p 상승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18%p 올랐다. 전세사기 여파 등으로 소형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월세를 선호하는 임차수요가 늘면서 월세 거래는 증가 추세다. 임대인 역시 오피스텔가격 상승보다 월세 수익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감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K팝, K드라마 인기 영향으로 한국을 다시 찾으면서 관광업계는 올해 18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내다본다. 역대 최고였던 2019년(1750만명)보다 많은 수치다. 반면 국내 호텔 객실 수는 코로나 이전보다 줄어든 상태여서 숙박료 상승 등으로 수익률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소비심리 위축으로 타격을 입은 상가나 공급과잉 여파로 침체를 겪는 지식산업센터 등은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기에는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 흐름이 개선되기 마련이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예전 같은 장밋빛 수익률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투자는 늘 그렇듯 위험을 동반한다. 지금은 신중에 신중을 더할 때다.
이종아 박사
매경부동산사업단 연구소 자문위원
KB국민은행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장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