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하드웨어 투자 확대" 기대…서학개미, 엔비디아·관련 ETF 한주간 1조 원 순매수
트럼프도 "AI,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싸질 것"이라며 딥시크 긍정평가
트럼프도 "AI, 사람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싸질 것"이라며 딥시크 긍정평가
중국 고효율 AI(인공지능) '딥시크'의 시장 충격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미국 반도체 분야로 국내 투자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당초 딥시크는 고액 AI 하드웨어 투자에 대한 회의론을 촉발하며 엔비디아 등 주요 종목의 주가를 폭락시켰지만, 혼란이 잦아들면서 거꾸로 '딥시크 덕에 AI 칩 수요가 늘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 관련 투자 심리가 순풍을 받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오늘(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한 주(1월30일∼2월6일)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외국 주식은 엔비디아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ETF(상장지수펀드)'로 순매수액이 각각 2억 9,700만 달러와 2억 6,0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디렉시온 반도체 ETF는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증폭해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순매수액 3위는 전기차 기업 테슬라(2억 1,900만 달러), 4위는 엔비디아를 2배로 추종하는 펀드인 '그레나이트셰어즈 2.0X 롱 NVDA 데일리 ETF'(1억 7,200만 달러)였습니다.
엔비디아, 디렉시온 ETF, 그레나이트셰어즈 ETF 등 미국 반도체 관련 3개 종목의 순매수액은 총 7억 3,000만 달러로 한화로는 1조 500억 원에 달합니다.

엔비디아의 AI용 반도체인 H100 / 사진=연합뉴스
딥시크는 불과 560만 달러(81억 원)의 개발비로 '챗GPT o1' 등에 필적하는 최상위 추론 AI의 성능을 구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난 달 말 전 세계 AI 업계와 증시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비용은 미국 AI 기업들의 개발비와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쳐 'AI 개발에는 거액이 필요하다'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것입니다.
특히 AI 개발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성능 메모리 등 AI 하드웨어가 '과잉 투자' 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하면서 반도체 종목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달 27일 하루에만 주가가 17% 급락해 시가총액 846조 원이 사라졌고, 한국에서도 설 연휴가 끝난 직후인 같은 달 31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가 줄줄이 떨어지며 증시가 하락세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혼란이 수습되면서 정반대의 전망이 빠르게 부상했습니다. 딥시크가 경제형 AI 보급을 대거 촉진하고 미국 등 타 AI 업계와의 연구개발(R&D) 경쟁을 촉발해 AI 하드웨어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현지시간으로 7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딥시크와 관련된 질문에 경제성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측면이 많을 거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그(딥시크)로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말하고 있는 AI는 사람들이 실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싸질 것이며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딥시크 파문이 극심했던 지난달 24∼30일에도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3억 1,700만 달러(4,614억 원) 순매수 결제해 '반도체 낙관론'에 더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개발진의 논문을 봐도 AI 성능 향상을 위해 높은 컴퓨팅 파워(전산 자원), 강력한 기반 모델, 거대 강화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이 부각되는 만큼 종전보다 '스케일링 법칙'(하드웨어 확대의 법칙)이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최근 메타와 알파벳 등 미국 거대 AI 기업이 밝힌 올해 자본지출(Capex) 전망치가 시장 예상을 웃돈 것도 AI 투자 명분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딥시크와 같은 '가성비 AI'의 출현은 AI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져 GPU 수요 기반이 동시에 확장될 수 있다"며 현 딥시크 국면이 오히려 반도체 주식을 저가 매수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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