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주민 이주지로 모로코·푼틀란드·소말릴란드 검토
모두 영토 분쟁 중이거나 지원이 필요한 신생 독립국가
모두 영토 분쟁 중이거나 지원이 필요한 신생 독립국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를 장악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을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 지역으로 이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시간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기간 소유하며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습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미국과 국제사회가 형식적으로나마 유지해온 '두 국가 해법'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언입니다.
이스라엘 현지 시간으로 6일, <예루살렘 포스트>와 N12 등 이스라엘 언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모로코와 소말리아 북부의 푼틀란드 및 소말릴란드 지역으로 이주시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이스라엘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가자 주민들의 이주지로 해당 세 지역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태평양 남서부 총영사인 이스라엘 바차르는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자 주민들의 이주지로 모로코 한 곳과 소말리아 북부 지역 두 곳이 논의되고 있다"며, 그중 한 곳이 푼틀란드라고 밝혔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이스라엘 언론인 아미트 세갈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푼틀란드, 소말릴란드, 모로코로 보내기 위해 검토하려는 동향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갈은 "푼틀란드와 소말릴란드는 국제적 인정을 받기를 바라고 있고, 모로코는 서사하라에 대한 영유권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현지시간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있다. / 사진 = AP
거론된 세 지역은 모두 영토 분쟁 중이거나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인정과 지원이 필요한 신생 독립국가들입니다. 이 세 지역이 가자 주민을 이주할 후보지로 거론되는 데에는 이들이 이주민 수용을 조건으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이스라엘 측 판단에 따른 결과로 보입니다.
실제 야콥 모하메드 압달라 푼틀란드 정보부 부장관은 텔레그래프의 관련 질의에 자발적인 이주라면 가자지구 주민들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푼틀란드와 소말릴란드는 각각 1998년과 1991년 소말리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으나, 아직 국제사회에서 별개의 국가로 공식 인정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모로코 역시 서사하라 지역의 독립을 둘러싸고 정치적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중동 국가 외에 다른 지역이 가자지구 주민들의 이주지로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인접국인 이집트와 요르단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가 이들 국가의 격렬한 반발을 산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구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럽외교협의회의 아프리카 전문가인 윌 브라운은 "소말리아는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실패한 국가"라며 "그곳에 깊은 외상을 입은 사람들을 버리겠다는 것은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가자 주민들 역시 삶의 터전을 떠나기를 강하게 거부하며 반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계획이 실행된다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역내 (다른) 지역의 훨씬 더 안전하고 아름다운 지역 사회에서 새롭고 근대적인 주택과 함께 이미 재정착했을 것"이라며 '역내' 재정착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유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t590267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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