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멸종과 인류세가 궁금하다
온실가스 증가 등으로 새로운 지질 연대 맞아
온실가스 증가 등으로 새로운 지질 연대 맞아
인류가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켜 만들어진 지질시대를 말하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 인류세를 말하는 학자들은 현재 지구의 홀로세(Holocene: 약 1만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마지막 지질 시대)가 이미 끝나고 새로운 지질 연대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인간들이 지구 온난화 가속, 온실가스 배출 증가, 플라스틱 남용, 많은 가축의 식용 등, 지구를 지질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지구 제6차 대멸종’이 인간에 의해, 이미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1 2024년 9월 9일 이탈리아 안사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레감비엔테, 알프스 보호 국제위원회인 치프라, 이탈리아빙하위원회 조사 결과 돌로미티산맥에서 가장 높은 마르몰라다산 빙하의 두께는 하루에 7~10㎝씩 줄고 있다. 지난 5년간 소실된 빙하의 면적은 축구장 98개에 해당된다. 현재 속도로 빙하가 녹으면 2040년 마르몰라다산에서 빙하를 볼 수 없다고 한다.
343m 마르몰라다산은 한여름에도 만년설을 볼 수 있는 곳으로, 19세기 말부터 매년 이 산의 빙하 규모를 측정해왔기에 기후 변화의 속도를 감지하는 ‘자연 온도계’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1888년 측정이 시작된 이래 빙하의 경계면이 1,200m나 후퇴했다. 이제 마르몰라다산 빙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
#2 지난해 8월 26일 전 세계 121개국 7,000여 명의 지질학자가 참석한 세계지질과학총회가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되었다. 총회에서 가장 논점이 된 것은 ‘인류세, 역사와 지질학: 현재 논쟁에서 기여’였다. 인류세는 2009년 제4기 층서소위원회 산하에 ‘인류세실무단’이 꾸려져 지난해 10월 인류세 공인안을 제출했다.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를 일종의 대표 지층인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하고,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급증한 1952년을 시작 시점으로 보는 안이었다. 하지만 이 안은 제4기위원회 투표에서 부결됐다.

#4 2015년 전 세계 195개국은 파리기후협정을 맺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1.2도 상승하면서 더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협정으로 지구 온도 상승 마지노선을 1.5도로 설정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도 생물종 중 10여 종 이상이 매일 사라지고 있다. 2도 상승 시 ‘기상 이변-바다의 죽음-화산폭발-남북극 빙하 붕괴- 메탄가스 발생-오존층 파괴-빙하기 도래’로 이어지는 지구 멸망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참고로 지구 온도를 1도 올리는 데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는 1초에 핵폭탄 4개를 약 200년 동안 터트리는 에너지의 양이다. 인간은 산업혁명 이후 약 200년 동안 사실상 ‘자폭의 핵전쟁’을 한 것이다.

인류세는 지구 오존층을 연구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네덜란드 학자 파울 크뤼천이 2000년대 초 처음 제안했다. 그는 인간의 다양한 대량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이 바뀌며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그 시점에 대해서는 1만 2,000년 전 신석기 시대부터라는 주장, 1900년 산업혁명 시대의 본격화 시대 등 여러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인류세실무단은 이 인류세의 시작을 1950년대로 보고 있다. 이때 여러 지표 및 기상 변화, 인구의 증가 등이 급격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지구 환경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국제표준층서구역GSSP, 황금못’으로 캐나다의 크로퍼드 호수를 지목했다. 이곳은 면적은 작지만 수심이 깊고 동식물이 거의 서식하지 않은 채 퇴적층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750년 전에 살았던 이로쿼이족의 옥수수 경작 흔적, 각종 핵실험에 의한 플로토늄,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구형탄소입자SCP’ 등이 발견된다.
그럼 이 인류세가 지질학회의 정식 인정을 받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현재 우리는 ‘신생대 제4기 홀로세 메갈라야절’을 살고 있다. 홀로세는 약 1만 7,000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지구가 따뜻해지며 ‘인류 문명’이 시작된 시점이다. 그런데 인류세를 말하는 학자들은 이 홀로세가 이미 끝나고 지구가 새로운 지질 연대를 맞았다고 말한다. 즉 ‘지구 제6차 대멸종’이 인간에 의해, 이미 시작되었다는 지적이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제6차 대멸종을 이끌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라도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 주변에 있는 것부터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자제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닥칠지 모를 제6차 대멸종의 시기를 조금으로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있는 것, 주변에 있는 것부터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자제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닥칠지 모를 제6차 대멸종의 시기를 조금으로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질학, 생물학, 화학자들은 지구가 생성된 38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에서는 수많은 대멸종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중 대표적인 5번의 대멸종 가운데 제1차 대멸종은 약 4억 4,000만 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 말기이다. 지각운동으로 온실가스가 감소, 장기간 빙하기가 도래했고 또 해수면이 낮아지며 해양생물이 거의 멸종했다. 이때 전체 생물 종의 86%가 멸종했다. 여기서 멸종은 종 단위로 86%의 종이 멸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상의 꿀벌이 모두,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 같은 현상이다.
제2차 대멸종은 약 3억 5,890만 년 전 고생대 데본기 말기의 멸종기이다. 갑자기 지구의 온도가 내려가며 대기가 산성화되었다. 그 원인으로 학자들은 양치식물이 번성하면서 산소포화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의 고갈, 지구 냉각화가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또는 지구 주위 별의 폭발이 오존층을 파괴하고 자외선이 유입되면서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설도 있다. 이 제2차 대멸종으로 지구상의 생물 약 75%가 멸종했다.
제3차 대멸종은 가장 규모가 컸던 대멸종이다. 시기는 약 2억 5,0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기다. 대멸종의 원인은 대륙의 지각변동이라는 시각이다. 지구판이 이동하면서 초대륙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시베리아에서 대규모 화산활동, 이산화탄소 증가, 산소 농도의 급감, 산성비 오염 등으로 대부분의 생물이 살았던 해안선이 줄어들고 대신 사막이 늘었다. 이때 지구상 생물 96%가 멸종했는데 지금 화석으로 발견되는 삼엽충, 암모나이트, 곤충 등이 멸종되었다.
제4차 대멸종은 약 2억 14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기이다. 이 역시 지구판의 이동이 그 시작이다. 대륙이 분열되고 해저 화산의 폭발, 이산화탄소 증가, 온실화와 오존층 파괴, 산소 농도의 급감으로 빙하기가 도래했다는 시각이다. 이때 지구 생물 중 약 80%가 멸종되었다.
제5차 대멸종은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이다. 당시 지름이 약 10km인 거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로 열폭풍,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증하고, 먼지구름이 발생하며 해수면 온도는 7도 내려갔다. 그러면서 지진, 쓰나미, 화산폭발로 빙하기가 시작되어 당시 조류와 악어 등을 제외한 공룡, 익룡, 어룡 등 약 76%가 멸종되었다.
제5차 대멸종은 약 6,6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 말기이다. 당시 지름이 약 10km인 거대 운석이 지구와 충돌한 것이 원인이다. 이로 인해 열폭풍, 이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증가했으며 먼지구름이 발생하고 해수면 온도는 7도 정도 내려갔다. 그러면서 지진, 쓰나미, 화산폭발로 빙하기가 시작되어 당시 조류와 악어 등을 제외한 공룡, 익룡, 어룡 등 약 76%가 멸종되었다.

지금 학자들은 지구의 제6차 대멸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 근거는 수없이 없다. 일부 학자들은 현재의 신생대인 홀로세가 일종의 간빙기로 지구가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는 것을 우선 꼽는다. 해수면 온도는 1981년 –0.2도에서 2023년은 0.6도로 무려 0.8도가 상승했다. 또한 세계재난통계센터의 자료를 보면 자연재해는 2002~2021년까지 연평균 370건이지만 2022년은 387건으로 홍수, 폭풍,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5번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대륙판의 결합과 해체, 소행성 충돌, 해수면의 급락과 증가, 기온의 급락, 대기의 산성화, 이산화탄소의 증가, 화산과 지진 등이었다.
지금 학자들이 우려하는 제6차 대멸종은 이런 자연재해가 아닌, 지구상 최상위 포식자이자 가장 많은 개체인 인류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바로 인간의 경제 및 소비활동에서 야기되는 지구 오염이 어쩌면 자연재해보다 더한 제6차 대멸종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다양한 생물을 보전하기 위해 2018년 10월 경북 영양군에 설립됐다. 이곳 최승운 센터장은 2024년 8월 2일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자연기금(WWF)에 따르면 포유류·조류·양서류·파충류·어류 등 야생동물 개체군이 전 세계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평균 69% 감소했다”며 “국내에서는 2022년 기준 282종의 야생생물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현재 서식처 감소, 환경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종은 400종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꿀벌은 식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으로, 인간이 식량으로 활용하는 작물의 종자·열매를 맺게 해주는데 꿀벌이 멸종되면 식량 생산을 감소시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설명한다.
누군가는 ‘대멸종은 새로운 창조의 시작’이라 말한다. 하지만 지난 5차의 대멸종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이 말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대멸종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약 30% 이상의 동식물 멸종,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 특정 생물군이 아닌 여러 생물군의 멸종 등등이다. 여기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현재의 인류이다. 최상위 포식자, 가장 많은 개체의 생물이기 때문이다. 비정부기구 ‘리졸브NGO Resolve’의 에릭 다이너스타인 박사의 국제연구팀은 6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언스」에 “지구 면적의 약 1.2%만 철저히 보호해도 제6차 대멸종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진행 중일지도 모를 제6차 대멸종의 원인은 분명 인간이다. 무차별 개발로 인한 동식물의 서식지 감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해양산성화 등이 모두 인간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대멸종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희귀종,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지를 고려해 ‘보존의무구역conservation imperatives’을 정하자고 주장한다. 그 범위가 바로 지구 면적의 약 1.2%인 것이다.
인간의 행동이 원인이라면, 해결책 역시 인간의 행동일 것이다. 이제라도 작은 것, 할 수 있는 것, 주변에 있는 것부터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한 자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혹시라도 닥칠지 모를 제6차 대멸종의 시기를 조금으로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 인용 및 참고
『대멸종의 지구사』 마이클 J 벤턴 저 / 김미선 옮김 / 뿌리와이파리 펴냄
『인류세, 엑소더스』(기후격변이 몰고 올 전 지구적 생존 르포르타주) 가이아 빈스 저 / 김영주 옮김 / 곰출판 펴냄
『찬란한 멸종』 이정모 지음 / 다산북스 펴냄
『여섯 번째 대멸종』 엘리자베스 콜버트 저 / 김보영 옮김 / 쌤앤파커스 펴냄
*일부 이미지는 AI로 제작되었습니다.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5호(25.02.0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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