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외래진료 횟수 17.5회로 OECD 1위
과한 건강염려증, 오히려 수명 단축
지나친 닥터 쇼핑 지양해야
과한 건강염려증, 오히려 수명 단축
지나친 닥터 쇼핑 지양해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 중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20년 31.5%로 OECD 평균 68.5%의 절반이다. ‘건강염려증(Hypochondriasis)’은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
#1 2024년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희승 의원(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자. 우리나라 국민 중 2023년 병원을 찾아 진료를 101회 이상 받은 횟수가 총 54만 2,638명이다. 연령대는 70대 18만 635명, 60대 13만 9,473명으로 60대 이상이 41만 8,042명, 전체의 77%이었다. 우리나라의 이른바 ‘의료 쇼핑’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2년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7.5회로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국가 평균 6.3회에 비해 3배 수치.
#2 2024년 7월 1일부터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이는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긴 사람은 초과 외래진료에 대한 요양 급여비용의 총액 90%를 부담하는 것이다. 공단 통계를 보면 2021년 외래 이용 횟수가 365회를 넘는 사람은 2,550명이고, 이들에게 들어간 급여비는 251억 4,500만 원으로 1인당 연간 평균 986만 1,000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가입자 1인당 급여비 149만 3,000원의 무려 6.6배이다. 그 중 외래 진료가 500회를 넘는 경우도 529명이고 17명은 무려 1,000회 이상 외래 진료를 했다.

지나친 ‘닥터 쇼핑’도 건강염려증이다
47세의 남성 김○○씨는 술담배를 하지 않으며 하루에 1만 보를 걷는다. 하루에 복용하는 영양제는 무려 20알이 넘는다.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지만 김 씨는 자비로 검진을 따로 받는다. 받을 때마다 위, 대장 내시경, 폐CT, 경동맥검사, 심장부하검사, 복부초음파 등은 필수이고 뇌CT, 복부CT, PET-CT도 찍는다. 결과는 늘 양호하다. 혈압, 당뇨, 심장, 폐, 대사증후군 등은 정상인 상황. 대장 용종 한두 개를 떼어내고 약간의 미란성위염이 있다는 진단이다. 의사는 김 씨에게 ‘건강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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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씨는 약간의 감기 증상이 있으면 병원을 찾아 “항생제를 지어 주세요”라고 말하며 때로는 폐렴을 염려해 X선 촬영도 한다.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되지 않아도 따로 내시경을 받는다. 계절마다 예방 백신주사를 맞고 외출 후 귀가하면 부지런히 손을 씻으며, 지하철이나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뒤 평소 갖고 다니는 미니 소독제로 늘 손을 닦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 씨는 몸에 약간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그야말로 ‘폭풍 검색’을 하고 최악의 상황, 병까지 상상하며 또 병원을 찾는다. 식구나 친구들이 “너는 건강염려증이다” 말해도 김 씨는 동의하지 않는다 .건강염려증은 일종의 질병으로 ‘불안장애’이다. 즉 자신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는 혹은 걸릴 수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건강을 비정상적으로 염려한다. 또 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이 병이라 여겨 병원을 찾지만 의사의 ‘이상 없다’는 말도 믿지 않고 재검사를 요구하거나 다른 병원을 찾아 같은 검사를 또 받는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도 지장이 있다. 여기서 증상이 심해지면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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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은 ‘아는 게 힘’인 시절이었다. 지금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인 시대가 되었다. 각종 미디어, 유튜브, 인터넷, 홈쇼핑은 물론 방송 등등에서 하루에도 건강 정보는 수백 개가 올라온다. 물론 대부분은 이른바 ‘광고성’이다. 이 ‘광고성 낚시’는 교묘하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평범한 사람이 그 대상이다. 그들에게 공통으로 나나타는 현상들, 일테면 소변에 약간의 거품이 생기는 현상,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함, 수면 질의 저하, 노화로 나타나는 당뇨 수치의 상승 등등이다.몸에서 나타나는 증상을 ‘광고성 낚시’에 대입하면 그 순간, 그는 ‘환자’가 된다. 그러면 바로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 소변에서 보이는 거품에 대해 전문의들은 90% 이상이 ‘정상’이라고 말한다. 물론 물을 내려도 거품이 남아 있거나 냄새와 색이 변질이 되고 몸이 붓는 경우는 요산에 의한 통풍을 의심할 수 있다. 소변에 거품이 나오는 것을 본 ‘그들’은 바로 요산과 통풍에 관한 ‘그 특효약’을 구입한다. 물론 이 정도는 ‘건강염려증’은 아니고 ‘귀가 얇은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건강염려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서울아산병원 의료정보 질환백과’는 건강염려증의 원인을 설명하는 몇 가지 가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환자는 신체적 불편에 대한 역치나 인내심이 낮아서 신체에서 오는 감각을 강하게 느낀다. 따라서 보통 사람이 약간 배가 거북하다고 느끼는 것을 환자는 통증이라고 느낄 수 있다. 또한 건강염려증 환자는 불안 수준이 쉽게 높아지고 이에 증상에 더 집착해 증상을 더 자주 호소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둘째 사회 학습 이론에 의하면 감당할 수 없는 문제에 당면한 환자가 환자 역할을 함으로써 책임과 의무를 피한다는 이론이다.
셋째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 같은 다른 정신 질환의 변종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넷째 정신 역동적으로는 공격성이나 적대감이 신체로 변환되는 경우이다. 상실이나 배신으로 인한 분노, 죄책감이나 자존심 저하에 대한 방어 증상으로 건강염려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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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큰 병에 걸린 경험, 가족 및 주변 사람들 중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에도 건강염려증은 나타난다. 의학적으로는 자신이 질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닥터 쇼핑doctor shopping’을 한다. 의사의 진단을 믿지 못해 여러 병원을 쇼핑하듯 다니는 것으로, 당연히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지만 스스로 ‘내 몸이 이상하고 병에 걸렸다는 믿음’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런 경우가 ‘건강염려증’으로 의심된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생활습관을 개선하라고 의사들은 조언한다. 적당한 운동과 카페인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해 우울감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또한 몸에 어떤 증상이 나타나도 이를 ‘폭풍 검색’하는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이는 ‘없던 병도 생기게 하는 나쁜 습관’이다. 또 의사들은 몸에 증상이 나타나면 이를 기록하라고 한다. 그리고 이 증상이 사라지면 기록을 보고 자신이 지나친 염려를 했다는 걸 깨닫는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건강염려증을 진단받은 4,129명(진단 시 평균 연령 34.5세, 여성 56.7%)과 이들과 성별, 연령 즉 인구통계학적 일치되는, 건강염려증이 없는 10배수 대조군 4만 1,290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건강염려증 그룹은 질환으로 일찍 죽을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84% 높았고 심장, 혈액, 폐질환,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전체적으로 건강염려증 환자는 평균 70세로 대조군의 75세보다 수명도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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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건강해’, ‘나는 사주에 90살까지 산대’라는 ‘건강낙관증’도 좋은 것은 아니다. 건강염려증은 일종의 심리적 질환이다. 만약 이런 증상으로 인해 불안, 우울, 두려움 등이 몇 개월 지속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내과, 외과, 신경과 등등에서 아무리 진료를 받아도 ‘몸에 이상 없다’는 진단만 받을 뿐이다.적당한 운동, 충분한 영양섭취, 질좋은 수면 등을 유지하면서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 백신’이다. 2030세대의 C형 간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독감과 백일해의 유행 등등은 너무 위생적인 생활에서 오는 감염이다. 우리가 맞는 예방 백신은 바로 ‘그 병균’을 적당량 투입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몸의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면역 체계를 구축한다. 지나친 건강염려증, 결벽과 깔끔은 오히려 병을 부르는 신호등이 될 수 있다.
[글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64호(25.01.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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