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 감염증 환자 급증…항생제 무분별한 사용·오용이 원인
전문가들 "항생제 감시 체계·관리 예산 부족"
어떤 항생제도 잘 안 듣는 '슈퍼 세균'으로 인해 숨지는 환자가 급증하고 있습니다.전문가들 "항생제 감시 체계·관리 예산 부족"
배성락 의정부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어제(16일) 국회에서 열린 ‘항생제 다제내성균 요로감염의 효과적 통합 대응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슈퍼 박테리아'로 불리는 이 세균은 카바페넴계 항생제를 포함해 여러 종류의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장내세균(CRE)입니다.
CRE 감염증은 중증 감염이나 다제내성균 감염증 치료에 주로 쓰이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나타내는 세균에 의한 감염질환입니다.
의료계에 따르면 CRE 감염증 환자 발생 신고 건수는 2017년 5,717건에서 매년 증가해 2023년 3만 8,405건으로 늘었습니다. 5년 새 5.3배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1~6월에는 2만 5,533건이 신고됐습니다.
사망자는 5년 새 37명에서 633명으로 17.1배가 늘었으며, 지난해 상반기(1~6월)에는 439명이 숨졌습니다.
카바페넴 계열의 항생제는 마지막 항생제로 불리는데, 이 약을 썼는데도 듣지 않으면 남은 약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CRE 감염증 환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항생제의 무분별한 사용과 오용 때문입니다.
배 교수는 “우리나라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8위를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요로감염·신우신염 등에 걸린 환자에게 항생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로감염은 여성의 약 50%, 남성의 약 10%가 평생 한 번 경험하는 감염질환으로, 여성의 경우 약 25%가 재발을 경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500만 명 이상이 요로감염으로 진료를 받고 있으며, 치료 시 항생제가 필수적입니다.
유성현 전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현재 다제내성균 감시 체계가 돌아가고 있지만, 전국 대표성이 부족하고 임상 진료 정보와 연계되지 않는 게 문제"라며 "항생제 내성균을 보관하는 '균주 은행'을 전국 10곳에 설립해 특성을 분석하고 유전체를 분석해 백신과 진단 도구 개발 등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민권식 인제대 부산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항생제 내성 관리 예산이 부족한 데 대해 "한국 의료가 세계 톱이지만 물밑(잘 보이지 않는 분야를 지칭)에 가려진 후진국 수준인 분야가 더러 있다"면서 "정부가 복지에는 예산을 많이 쓰면서 국민의 기본권인 건강권에는 투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uyeonjomai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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