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힌남노' 덕에 주목받은 태풍명…과거엔 '싫은 정치인' 이름 붙였다 [한입과학]
입력 2022-09-07 08:58  | 수정 2022-09-07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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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한반도에 상륙했다 떠난 제11호 태풍 '힌남노'는 여러모로 이전 태풍과 달랐다. 강한 태풍이 잘 형성되지 않는 지역(일본 남동쪽 1280km 해상)에서 발생했고, 위력은 한반도 상륙 당시 기준 역대 태풍 중 사라·매미에 이어 세 번째로 강력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위력만큼 주목받은 게 있다. 바로 이름이다. 우리말이 아닌데다 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온라인 용어인 '한남'과 비슷해 온라인에서 '한남노', '한남도' 등으로 오기한 사례가 다수 올라왔다. 심지어 서울시가 발행한 공문에서조차 한남도라고 잘못 표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왜 하필 태풍 이름에 헷갈리는 이름이 붙은 걸까.
◆ 19세기 후반부터 태풍에 이름 붙여…정치인·여성 이름 활용


힌남노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경위를 따지기 전에 우선 '태풍'이라는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태풍은 '열대성저기압'의 여러 이름 중 하나다. 열대성저기압은 중심부의 최대풍속이 초당 17m가 넘는 폭풍으로, 주로 적도 부근 바다에서 생성된다.
열대성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북태평양 서쪽에서 발생하면 '태풍', 북대서양과 멕시코 연안에서 발생하면 '허리케인', 인도양이나 남태평양 호주 부근에서 발생하면 '사이클론'이라고 부른다. 위치상 아시아 지역은 주로 태풍과 사이클론, 미국은 허리케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열대성저기압 각각에 이름을 붙인 건 언제부터였을까.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19세기 후반 호주 기상 예보관들이 시초다. 열대성저기압이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한 지역에 여럿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예보 시 혼동되지 않도록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 호주 기상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을 붙이곤 했다. 예컨대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이 앤더슨이면 "현재 앤더슨이 태평양 해상에서 헤매는 중입니다"라는 식으로 예보했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미국 공군과 해군에서 이름을 붙였는데 이때 기상 예보 센터에 배정된 장교 부인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런 전통에 따라 1978년까지 사라·루사 같은 여성 이름이 붙었고, 이후에는 남녀 이름을 번갈아 사용했다.
한편 NOAA에 따르면 '태풍' 역시 1945년부터 여성의 이름이 붙었고, 1979년부터 남성의 이름도 포함됐다. 지난 2000년부터는 태풍의 영향권에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국민들의 관심과 경계를 높이기 위해 아시아태풍위원회에 속한 14개 국가가 각자 10개씩 제출한 이름(총 140개)을 모아 돌려가며 사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140개 이름을 28개씩 5개 조로 나눈 후 순서대로 나열하고, 국가명의 영문 표기 알파벳 순서에 따라 국가별로 1조에 2개씩 배치한다. 이를 하나씩 순서대로 쓰되 전부 사용하고 나면 처음으로 돌아간다.
보통 태풍은 1년에 약 25개 발생하므로 모든 이름이 다 사용되려면 4~5년이 소요된다. 즉, 2026~2027년쯤 힌남노라는 이름의 태풍이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 한국서 헷갈리는 '힌남노' 계속 써야만 할까


아시아태풍위원회 회원국은 140개 태풍 이름 중 막대한 피해를 준 태풍의 이름을 빼달라고 결정 권한을 가진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에 요청할 수 있다. 위원회는 이를 고려해 연말에 열리는 회의에서 태풍 이름 목록을 갱신한다.
예컨대 북한이 제안한 봉선화는 2002년 괌에 큰 피해를 줘 노을로 바뀌었고, 한국이 제안한 수달은 2006년 미크로네시아 연방 야프섬에 막대한 피해를 줘 미리내로 대체됐다. 지난 2003년 한국과 일본을 덮친 태풍 매미 역시 무지개로 교체됐다.
큰 피해를 주지 않은 이름도 교체되곤 하는데 태국에서 제출했던 '하누만'이라는 이름은 인도 기상청이 힌두교의 신 이름과 같다는 이유로 사용을 반대해 에메랄드를 뜻하는 '모라꼿'으로 변경됐다.
또 홍콩이 제출했던 '야난'과 '팅팅' 등 알파벳 표기가 어려운 이름도 각각 '돌핀'과 '라이언록'으로 대체된 바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힌남노 역시 헷갈린다는 이유로 한국 기상청에서 변경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한편 NOAA는 태풍 이름이 대체로 꽃·동물·새·나무·음식 이름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쓰이는 이름의 뜻을 살펴보면 담레이(코끼리), 시마론(야생황소), 바이루(하얀 사슴) 같은 동물명과 나크리(캄보디아의 꽃), 히고스(무화과), 두쥐안(진달래) 등 꽃 이름이 많다.
이번에 발생한 힌남노는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이다. 라오스 캄무안주의 '힌남노국립공원(Hin Nam No National Park)'에서 따온 것으로, 어느 정도 동식물과 관련이 있다.
아시아태풍위원회 회원국들은 때때로 국민 공모를 통해 이름을 정한다. 홍콩의 돌핀과 라이언록도 그렇게 탄생했다. 한국 기상청 역시 지난 2020년 필리핀에 막대한 영향을 준 '고니'를 대신할 이름을 공모해 개나리·소라·가리온을 WMO 태풍위원회에 후보로 제출했고, 개나리가 최종 선정됐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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