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배송시스템인 스타십(Starship)은 음식배달 로봇이다. 에스토니아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 중 하나다. 현재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도입됐다."
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주한 에스토니아 임시 공관에서 매경닷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적인 에스토니아 스타트업 회사 중 한 곳에 대해 스타십을 꼽으면서 "배달 주문하면, 자율 로봇이 주문자한테 간다. 주문자가 (로봇) 뚜껑을 열면 음식을 수령할 수 있다"라고 소개했다.
북유럽 발트해안과 러시아를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고도의 첨단 정보통신(IT) 강국이다. 에스토니아 인구수는 130만 명 수준으로 서울(950만)의 7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에스토니아는 최첨단 정부로 명성이 높다. 은행 계좌 개설을 비롯해 회사 설립, 소득세 신고, 자동차 등록 등을 몇 분 내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2014년부터 '전자영주권(e-Residency)'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무인 배송시스템인 스타십(Starship). [사진 제공 =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
또 에스토니아는 뷰로크라트(Bürokratt)라는 이름의 AI 공무원이 2020년부터 도입됐다. 스텐 슈베데 대사는 "지금까지 불편한 점은 수천 개의 (전자 행정) 서비스가 있는데 사용자 친화적이지 않았다. 본인들이 지원해야 하는 어떤 서비스를 직접 수동적으로 하나하나 찾아서 신청해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다"라면서 "부모가 관공서에 찾아가거나 온라인으로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아이의 출생과 모든 것들이 자동화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디지털 도우미는 일종의 음성 인식 서비스로 시민들의 신청서 제출, 세금 납부, 출생 신고 등의 업무를 도울 예정이다.에스토니아는 30년 전 2000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20년 기준 2만 300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1991년 국교를 수립한 뒤 에스토니아는 지난해 한국에 처음 대사를 파견했다.
다음은 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8월 대사로 부임한 지 10개월 정도 지났다. 그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또 최근 어떤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나?
"작년 2월에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을 개설했다. 작년에 한국-에스토니아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했다. 에스토니아 국립음악원 한국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콘서트를 진행했다. 또 에스토니아의 국민 작가인 오스카르 루츠의 소설 '말썽꾸러기 토츠와 그의 친구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에스토니아어 문학을 한국어로 번역한 서적이다. 대사관의 최우선 과제는 한국에 에스토니아가 안 알려져 있기 때문에 에스토니아를 한국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스텐 슈베데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 [유용석 기자]
-현재 한국과 에스토니아 교류 수준과 향후 어떤 분야 교류가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하는가.
"우선, 한국이 에스토니아에 투자하는 것을 많이 희망하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 지금까지는 (에스토니아가) 안 알려져 있다 보니 아직 투자 상황이 미미한 실정이다.
한 가지 집중하는 것은 에스토니아 상품을 대한민국에 소개하는 것이다. 한국인은 새로운 맛이라든지 도전하는 것에 거리낌 없기 때문에 에스토니아 식료품들이 한국에 진출한다면 굉장히 많은 잠재력이 있을 것이다. 또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관광지 소개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장한 구시가지가 있다. 대자연이 있고 굉장히 깨끗한 대기질을 자랑한다. 이 모든 것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디지털 노마드(디지털 장비를 사용해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재택 및 이동 근무하며 사는 사람들) 라든지 개개인을 위해서 전자영주권(e-Residency)제도를 도입했다. 전자영주권 제도는 한국인이 대한민국(자국)에서 에스토니아에 직접 가지 않고 법인을 설립한다든지 은행 계좌를 개설한다든지 모든 것들을 전부 다 원격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제도다. 에스토니아는 유럽연합회원국이다. 에스토니아에 법인을 설립한다는 것은 유럽연합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에스토니아는 '북유럽의 실리콘밸리' 'e-에스토니아' 등 IT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IT 강국으로 발전한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우선 90년대 시대적 배경에 기인한다. (옛) 소련이 붕괴되고 에스토니아가 독립했을 때 산업 인프라가 부재한 상황이었다. 에스토니아 정부가 고심하다가 고안해 낸 게 인터넷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인터넷은 굉장히 새로운 개념이었다. 인터넷을 학교와 관공서에 도입하기로 한 뒤 1997년도 말까지 인터넷 보급이 완료됐다. 특히, 1997년도 말부터 모든 학교에 인터넷이 도입됐다. 아이들의 프로그래밍, 코딩, 게임 제작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에스토니아 수도인 탈린 전경. [사진 제공 =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
- 사이버 보안은 디지털 사회에서 필수적이다. 에스토니아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이버 안보는 디지털화 된 국가에선 당면해야 할 과제다. 에스토니아는 지난 2007년 정치적 이유 때문에 사이버 공격을 당했다. 이후 에스토니아 군에서는 사이버 보안에 대한 부대를 창설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다. 사이버방위센터(CCDCOE)라는 사이버 안보 전문 기관이 에스토니아 탈린에 있다. 나토 회원국 뿐 아니라 한국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특히, (에스토니아) 국민들의 개인정보가 모두 국가 기관 서버에 저장돼 있다. 현대 재래식 전쟁이라든지 여러 가지 전쟁에 대비해서 모든 국민들의 정보들을 룩셈부르크에 백업시켜 놨다. 주기적으로 정보들을 업데이트 한다. 만약 에스토니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언제든지 정보들을 백업할 수 있도록 구축해 놨다."
-에스토니아는 대통령과 총리가 여성인 유일한 나라다. 특히, 젊은 정치인들이 많은 나라인데,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에스토니아의 이러한 현상들은 사실 국가의 작은 규모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된다. 인구수가 작아서 인적 자원들이 굉장히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다고 해서 국가의 역할들이 제한돼선 안 된다. 여성들, 청년층, 다른 세대들도 충분히 활용하기로 했다.
역사적으로는 1991년 독립했다. 그 당시에는 에스토니아에서 있었던 소련, 노동당 출신 인사들이 전부 다 새롭게 교체됐다. 새로운 세대가 교체되면서 역사적인 원인도 있었다. 브라질은 대사관과 영사관 등 150개 이상의 재외공간이 설치됐다. 에스토니아도 많은 인적 자원들을 활용해서 현재 47개의 재외공간 개설한 상태다. 특히, 에스토니아에선 지난해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도 여성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도 대통령과 총리, 외교부 장관이 전부 여성인 나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에스토니아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탈린 밸리(Tallinn Valley)에서 많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성장하고 있다. 성공적인 회사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스타트업으로 굉장히 큰 성공을 이룩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중 하나가 스카이프(Skype)다. 화상회의 앱으로 유명한 스카이프는 2002년 엔지니어가 개발했다.
모빌리티 스타트업 볼트(Bolt)는 큰 성공을 거뒀다. 볼트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전동 스쿠터를 손쉽게 대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장을 보거나 여름휴가를 갈 때 볼트 앱을 이용해서 차량 빌리고 본인이 원하는 곳에 주차만 시켜놓으면 된다. 이 때문에 에스토니아 청년층은 굳이 차량을 구매하지 않는다."
탈린 구시가지의 크리스마스 마켓 전경. [사진 제공 = 주한 에스토니아 대사관]
-유럽에서도 에스토니아 탈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아름답다고 소문났다. 크리스마스 마켓 행사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에스토니아의 크리스마스는 제일 어두운 시기이다. 낮이 5시간 밖에 안 되는 짧은 상황이다. 구 시청 광장에선 크리스마스 마켓이 조성돼 있다. 무대와 빛이 설치돼 있다. 방문객들은 털장갑이나 울 소재 모자들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글뤼바인(Gluhwein) 와인을 마시기도 한다."
-만약 에스토니아를 하루 방문한다면 가장 추천하시는 곳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탈린 해양박물관이다. 에스토니아 고유의 해양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이곳은 수상기 격납고로 건설한 건물이고, 축구장 3~4개 곳만한 크기다. 특히, 해군 잠수함 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오면 새로운 배나 과거 활약했던 쇄빙선을 볼 수 있다."
-끝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 침공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다. 러시아는 지금 정당화 되지 않는 공격을 우크라이나에게 감행했다. (만약) 푸틴이 전쟁에서 이긴다면 곧 다른 국가에 대해서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 한국, 호주, 캐나다 등 모든 민주 국가들이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도록 많은 지원방안을 간구해야 한다."
[맹성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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