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건설사들이 원자재값 상승과 대형 사업장 부재 등으로 올 1분기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L이앤씨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나 감소한 125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자회사인 DL건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한 39억원을 기록해 이 실적이 연결재무재표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급감했고, 본사 영업이익만 놓고 보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DL건설은 물류센터(창고) 건설 비중이 높은 상황으로, 물류센터의 경우 인테리어 비중이 낮고 철근, 콘크리트 등 원자재값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자재를 주로 쓰다보니 최근 원자재값 상승 직격탄을 맞아 1분기 실적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분기 영업이익(68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42.5% 줄었다.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 손실을 반영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원자재값 상승과 이익률이 높은 자체개발사업 비중이 낮아진 탓으로 실적이 급감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그나마 대우건설은 영업이익(2213억원)이 3.5% 정도 줄어 감소폭이 적었다. 하지만 대우건설 역시 원가 절감 노력에 의한 이익규모는 작년 1분기 약 350억원에서 올 1분기 230억원 정도로 줄었다. 조금씩 원자재값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건설과 GS건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14.6%, 13% 감소했다. 현대건설의 경우 대형 사업장들이 하반기 예정돼 있어 실적이 감소했고, GS건설은 선착공 물량들이 아직 영업이익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했다.
그나마 삼성물산(건설부문)은 1분기 영업이익(1550억원)이 14.8% 증가했지만, 그룹내 건설 계열 '아우'격이자 해외 사업에 주력하는 삼성엔지니어링(1743억원) 보다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원자재값 상승 영향이 더 많이 반영될 향후 실적이 문제라는 반응들이 나온다. 모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에 장기 계약해 놓은 물량들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원자재값 상승 현상이 장기화되면 어려움이 커질 전망"이라며 "장기 계약 물량이 별로 없는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먼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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