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위험한 중동 하늘길
입력 2024-11-23 11:07  | 수정 2024-11-23 11:19
지난달 1일 SNS에 올라온 영상/영상=X(구 트위터)
올해 중동 상공에서 월평균 미사일 162기 포착
"민항기를 미사일로 오인시 대참사 가능성"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일대 상공을 지나는 민간 항공 여객기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항공안전 평가 기업 '오스트리 항공 솔루션스'(이하 오스트리)에 따르면 올해 중동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수는 월평균 162기로 지난해 월평균 10기의 16배에 달하는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탄도·순항 미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한 수치로, 로켓·박격포·대포·드론까지 포함하면 총 발사체 수는 훨씬 늘어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 10월 1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 대규모 미사일 공습할 당시 한 민간 항공 여객기 승객이 가까운 거리에서 미사일을 직접 목격한 후일담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해당 승객은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가는 이란의 '미사일떼'를 보고는 "저건 폭죽이 터지는 건가요? 뭔가요?"라고 묻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여객기를 타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이처럼 미사일과 민간 항공기가 가까이에서 함께 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물론 탄도 마시일은 민간 항공기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움직이지만, 하늘로 솟구칠 때나 목표물을 향해 하강하면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순항 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날기 때문에 항공기 이착륙 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만약 방공 시스템이 민간 항공기를 미사일로 오인하면 대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말레이시아 항공 소속 MH17편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돼 승객과 승무원 298명이 전원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중동 상공에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각국 정부의 영공 통제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1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당시 다수의 항공편이 경로 변경 없이 중동 상공을 지났습니다.

지난달 26일 이스라엘이 이란에 보복 공습을 감행했을 때도 해당 상공에서 항공기가 지속적으로 운항했습니다.

맷 보리 오스트리 최고정보책임자(CIO)는 "국가 안보와 외교 정책이 항공 안전보다 우선시되고, 분쟁 지역에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고, 유럽조종사협회(ECA)는 일부 항공사가 조종사가 동의하지 않는 위험한 항로로 비행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선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sw990339@gmail.com]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