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중요한 시대, 역설적으로 언론은 소통을 게을리 한다는 점에 착안해 MBN디지털뉴스부가 '올댓체크' 코너를 운영합니다. '올댓체크'에서는 기사 댓글을 통해 또 다른 정보와 지식, 관점을 제시합니다. 모든 댓글을 꼼꼼히 읽어보고 기존 다뤄진 기사 너머 주요한 이슈를 한번 더 짚어보겠습니다.
지난 5일 이륙을 앞둔 로스앤젤레스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안에서 화장실을 못 가게 한다는 이유로 한 외국인 승객이 승무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사무장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비행기는 그대로 이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는데요.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얼굴을 폭행 당했는데 11시간을 비행했다고? 이건 완전히 직원을 방치한거네!", "폭행 가해자를 그대로 태우고 11시간을 비행했다고? 피해 승무원과 다른 승객들의 안전은?", "폭행을 당했는데 가해자와 분리조치도 안하고ㅠㅠ 폭행 당한 승무원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저 승무원은 쉬쉬하면서 일단 출발하고 보니 얼마나 분하고 화가 났겠느냐"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또 "매니저의 이런 행동은 회사 규칙대로 따른 것 같은데, 아시아나 내부 규칙이 바뀌어야 한다"는 댓글이 있는가 하면, "난동성 회항에 벌금을 물리는 제도는 없느냐. 회항 시 발생하는 기름 값, 시간 낭비, 불편 등을 감안할 때 벌금이 필요해 보인다"는 물음도 있었습니다.
기사 댓글 캡처
당시 조치는 적절했던 걸까요.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내부 매뉴얼은 보안 사항이라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승무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안전을 저해하는 일체 행위들에 대해선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은 항공사에 다 있는 일반적인 규정이다. 예컨대 이번처럼 폭행이 명확하다면 그땐 경찰 인계를 해야 한다는 게 규정상 맞는 절차"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여객기 안 최고 결정권자는 기장"이라며 사무장이 기장에게 보고했는지 등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승객 난동으로 회항했다면, 항공사 측은 해당 승객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경찰에 인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료사진
그렇다면 피해 승무원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장효민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 41조에 따르면 고객 응대를 하는 근로자한테 회사가 폭언, 폭행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고객 응대 매뉴얼 등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있었는지, 잘 지켜졌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고객의 폭언, 폭행 등이 발생한 이후 업무의 일시적 중단, 업무의 전환, 휴게시간 부여 유무도 살펴볼 수 있다"면서,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영국 변호사는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 민사 배상을 물을 수 있고,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 없이 비행으로 한 공간에 있었던 점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 즉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현재 가해 승객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없으며, 폭행을 당한 승무원의 건강 상태를 확인 중입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해당 승무원의 추후 근무 배제나 산재 신청 절차를 도울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조치에 대해 업계의 반응은 냉랭합니다.
한 외항사 익명 단체 카톡방에서는 "보통 저런 상황이면 우리 회사는 당연히 회항이겠죠?"라고 물었고, 또 다른 승무원은 "그렇다. 바로 게이트로 다시 가서 보안 요원들이 올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 회사는 이런 경우 58000% 블랙리스트가 된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항사는 승객의 '구두 폭언', '신체 폭행', '생명 위협 폭행', '조종실 진입' 등 4가지 단계에 따라 승무원들의 행동이 정리된, 내부 지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똑같은 상황이 일어났다면, 어떤 경우든 내리게 했을 것 같다"며 "짧은 비행도 아니고 11시간 비행인데, 그냥 이륙시킨 건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