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당장 철수시켜라"…징집병 가족들, 약속 어긴 푸틴에 '격분'
입력 2024-08-17 13:37  | 수정 2024-08-17 13:45
우크라군에 저항하지 못한 채 포로로 붙잡히는 러시아 징집병들/사진=연합뉴스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당초 약속한 '징집병 전투 없다' 못 지켜
징집병 가족들 격분…"우크라와 포로 교환 서둘러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를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러시아 징집병을 포로로 잡은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해당 지역에서 징집병을 철수시켜달라는 자국민의 청원이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접경지 본토를 공격받는 허를 찔리면서, 국경을 따라 배치된 러시아 징집병이 교전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미국 CNN 방송은 '징집병은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말한 푸틴 대통령이 이러한 약속을 어기자, 징집병 가족들이 걱정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쿠르스크에 배치된 징집병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은 텔레그램을 통해 "새벽 3시에 (러시아) 국경이 (우크라이나군) 탱크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를 방어하는 징집병들만 있었다"며 "그들은 한 명의 계약군인(직업군인)도 보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징집병의 할머니라는 나탈리아 아펠은 러시아 독립언론 베르스트카에 손자가 국경에서 약 500m 떨어진 마을에 무기도 없이 배치됐다며 "삽으로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맞서라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로했습니다.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징집병의 가족들은 이번 주 초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탄원서를 통해 우크라이나와 가능한 한 빨리 포로 교환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징병제는 정치적 폭발력이 큰 사안으로 꼽힙니다. 통상 러시아는 매년 두 차례에 걸쳐 매번 10만 명 이상을 징집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군 복무 기간은 1년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에 따른 병력 부족을 고려해 지난해 징집 연령을 18~27세에서 18~30세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징집병은 직업군인과 달리 해외 파병이 법으로 금지되고, 전투 작전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인 훈련을 받습니다. 이렇게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러시아 국경에 배치된 징집병이 우크라이나군의 기습 공격으로 갑자기 최전선에 서게 된 것입니다.

최전선으로 내몰려진 징집병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고 가족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징집병의 안전을 장담했던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커지게 됐습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과정에서 잡힌 징집병들의 송환 문제도 푸틴 대통령이 풀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 교도소에 젊은 러시아 징집병들이 가득 차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향후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이들 포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우크라이나의 한 교도소장은 WP에 지난 열흘간 러시아 군인 320명이 자신의 교도소를 거쳐 다른 수용소로 옮겨졌는데, 약 80%가 젊은 징집병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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