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직장인 61% "태풍·폭염에도 정시 출근"
입력 2024-07-28 16:28  | 수정 2024-07-28 16:34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진=연합뉴스 자료
자연재해 시 무급 휴가 강요하기도
직장갑질119 "자연재해 관련 법·제도 마련해야"


직장인 10명 중 6명은 태풍·폭염 등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정시 출·퇴근을 한다는 사실이 설문 조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10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자연재해 상황 출근 경험' 관련 설문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오늘(28일) 밝혔습니다.

응답자 61.4%는 '정부가 재택 근무·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권고한 상황에서도 정시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15.9%는 '자연재해 상황에서 지각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했거나 목격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 권고가 나온 상황에서도 정시 출퇴근을 요구받는 직장인들은 개인 휴식 시간과 안전을 포기하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연재해 상황에서 무급 휴가 등을 강요당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보육교사 A씨는 작년 8월 태풍으로 휴원 명령이 떨어지자 '나오는 애들이 없으니 개인 연차를 차감하고 하루 쉬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서류 업무를 위해 출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체육시설에서 일하는 B씨는 고용주가 '비·눈으로 인한 휴게시간은 근로 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근로계약서 조항을 악용해 비 오는 날마다 출근하지 못하도록 한다며 장마 기간 임금이 대폭 줄어들까 봐 우려했습니다.

직장갑질119는 문제 원인으로 현행 근로기준법상 공무원이 아닌 노동자는 천재지변·자연재해 상황과 관련한 별도 규정이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으니 호우주의보 등이 발효된 상황에서 출퇴근 시간 조정이나 유급 휴가 여부는 전적으로 개별 사업장 내규나 고용주 재량에 달려 있다는 겁니다.

단체는 "기후 변화로 태풍, 폭염, 폭설 등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기후재난 상황에서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명문화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후 유급휴가 제도 신설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주희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후 변화로 매해 폭염, 폭우 등 자연재해에 의한 피해가 심해지고 있으나 대다수 노동자는 위태로운 출근을 계속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실질적인 제도와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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