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형제·자매 700명 추정?…수백 번 정자 기증한 호주 남성
입력 2024-07-04 15:39  | 수정 2024-07-04 15:45
인공 수정 자료화면,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 사진 = 로이터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 만나 유전자 검사했더니 '같은 아버지'
호주 정자 기증 제도,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점 잇달아 발견
기증받은 정자나 난자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이를 낳는 사례가 많은 호주에서 규제 미비와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점이 잇달아 나오고 있습니다.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기증받은 정자를 통해 태어난 캐서린 도슨(34)이란 여성은 한 모임에서 자신과 너무 비슷하게 생긴 한 여성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자신처럼 기증받은 정자로 태어난 여성이었고,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 사람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같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도슨은 기증자 코드를 활용해 자신의 생물학적 형제자매를 찾아 나섰고, 1년 만에 무려 50명이 넘는 이복 형제자매를 확인했습니다.

그는 호주 ABC와 인터뷰에서 "최대 700명의 형제자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일이 발생한 건, 1970~1980년대 호주에서 실시된 정자 기부 제도 때문입니다.

당시 호주는 정자를 기부하는 사람에게 기부를 할 때마다 10호주달러를 지급했는데, 이를 악용해 여러 이름을 써 가며 정자를 기증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갈수록 정자를 기증하는 사람이 줄어들자 불임 클리닉에서는 한 명의 정자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경우도 많이 생겼다는 게 ABC 방송 설명입니다.

문제는 '근친상간' 가능성입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복형제가 어디에 있고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보니 근친상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겁니다.

뿐만 아니라 기증된 정자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어 형제들의 아버지가 다른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호주는 주 정부를 중심으로 관리 감독 강화에 나섰습니다.

퀸즐랜드주는 검사한 샘플의 42%가 기증자의 신원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0년 이전에 냉동된 수천개의 정액 샘플을 폐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또 한 사람의 정자를 사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 기증자를 관리하는 정보 등록소를 설립하는 법안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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