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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떡궁합' 탁구 혼합복식 신유빈-임종훈 "12년 만의 올림픽 메달 되찾는다"
입력 2024-06-30 10:07  | 수정 2024-06-30 10:09
탁구 국가대표 혼합복식 임종훈-신유빈. 사진=대한탁구협회.

12년 만에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탁구 대표팀의 '혼합복식 간판 조' 신유빈-임종훈 조가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각오를 다졌습니다.

신유빈-임종훈은 2024 파리올림픽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어제(29일) 진천선수촌 인근 이월다목적체육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림픽 준비 상황과 각오를 밝혔습니다.

탁구 대표팀은 올림픽 남녀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메달 총 3개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평창 아시아선수권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임종훈 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도쿄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에 나서게 된 신유빈은 "처음 나갈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두 번째 올림픽을 나가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습니다. 올림픽에는 처음 나서는 파트너 임종훈은 "라켓을 잡고 20년 만에 처음 나가는 올림픽이라 기대도 하고 있고,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현재 세계랭킹 2위로 파리올림픽 2번 시드를 두고 일본의 하야타 히나-하리모토 도모카즈 조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은 다음 달 방콕 대회에서 일본 조를 꺾고 2번 시드 확보와 함께 기선제압도 하겠다는 자신감도 드러냈습니다.

그러면서 재치 있는 삼행시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음은 두 사람의 인터뷰 전문입니다.
탁구 국가대표 혼합복식 임종훈-신유빈. 사진=대한탁구협회.

▷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마음을 먼저. 신유빈 선수는 두 번째 올림픽인데?
신유빈 : 처음 나갈 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두 번째 올림픽 나가는 게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임종훈 : 저는 라켓 잡고 20년 만에 나가는 올림픽이라서 스스로한테 좀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대하는 만큼 책임감도 갖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두 선수가 전 세계를 누비면서 오랜 준비를 해왔는데, 혼합복식에 이렇게 집중해온 이유는?
임종훈 : 어쨌든 혼합복식이 메달 확률이 가장 높으니까요. 유빈이랑 계속 호흡을 맞추면서 시합을 할수록 좋아지는 부분이 늘고, 성적으로도 증명하고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자신감도 커졌고,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메달을 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더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신유빈 : 저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복식은 많이 해봐야 잘 맞춰갈 수 있는데, 오빠랑 계속하면서 우리가 부족한 것, 잘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있고, 할수록 결과도 좋게 나오고 있으니까요.

▷ 2022년부터 호흡을 맞춰왔는데 파트너로서 서로의 장점?
신유빈 : 일단 화를 잘 안 내요. 시합을 지면 화가 날 만도 한데 같이 슬퍼하고, (제가 실수한 게 있어도) 아까 왜 그랬어 그런 거 없이 그냥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보자 정도가 다예요. 제 입장에서는 (맘 편히 시합할 수 있게 하는) 큰 장점이죠.
임종훈 : 유빈이는 어떤 기술이든 남자선수만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제가 너무 무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게 크죠. 실은 그만큼 믿고 하니까 화낼 일도 없어요. 이렇게 잘 맞춰서 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 경기 중에 각자 역할은? 작전은 누가 주도?
신유빈 : 서로 채워주는 거죠. 제가 치면 다음에 오빠가 치니까 파트너를 믿고 공을 보내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임종훈 : (장)우진이 형이랑 남자복식 할 때는 주로 만들어주는 역할이었는데, (혼합복식은) 포지션이 달라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유빈이가 정말로 남자 못지않게 좋은 공격력을 가지고 있어서 연결을 해도 크게 부담되지 않아요. 작전도 반반입니다. 일단 여자선수가 받을 때는 제가 그 심리를 알기 어려워 유빈이가 주로 사인을 내죠. 남자선수가 앞에 있을 때는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하자 하고요. 어느 한쪽이 주도한다기보다 균형 있게 가는 것 같고, 그런 게 또 우리 장점인 것 같습니다.

▷ 임종훈은 개인전을 혼복만 나가는데 혼복으로 아예 목표를 정한 게 언제부터?
임종훈 : 지난 3월 싱가포르 스매시에서 일본 조를 이겼을 때?! 이 정도면 진짜 마음먹고 혼복만 대비해도 성과를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올림픽에서는 혼합복식 준결승 즈음에 단식을 들어가더라고요. 제가 냉정하게 (중국 혼복 멤버이자 단식도 나오는) 세계1위 왕추친 만큼 실력이 되는 게 아니라면 단식까지 욕심내기보다 좀 더 메달 확률이 높은 혼합복식에 집중하자는 선택을 했던 것 같습니다.

▷ 반대로 신유빈은 단식도 나가야 하는데 훈련 등에서 부담은 없는지?
신유빈 : 그렇지는 않아요. 저한테 전 종목 출전 기회가 왔잖아요. 올림픽에 나가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많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운이 진짜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종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래도 특히 집중하는 종목이 있지 않나? 두 선수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는지?
신유빈 : 그건 비밀이고요. (웃음) 어쨌든 좋은 결과를 목표로 운동하는 거죠. 전 종목 메달에 도전하고 싶어요. (전)지희 언니, (이)은혜 언니하고 단체전도 열심히 해야죠. 감독님께서 분위기메이커 특명을 주셨습니다.
임종훈 : 먼저 하는 혼합복식에 우선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메달을 넘어 중국 선수들 이기고 금메달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단체전은 마침내 팀 구성이 완료된 만큼 좀 더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게 됐잖아요. 제 입장에서는 최소한 비중국 선수들한테는 지지 말자는 것이 가장 큰 목표고요. 그러다보면 메달은 따라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 2번 시드 경쟁이 끝나지 않았는데 시드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는?
임종훈 : 일단 중국 선수들이 1번 시드를 확보했잖아요. 2번 시드는 그 반대쪽 토너먼트로 들어가기 때문에 4강에서 중국을 만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죠. 3, 4번 시드는 추첨으로 50대 50 확률이어서 좀 더 확실한 자리를 원하는 거고요. 아무래도 중국을 이길 확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보니까 (세계랭킹 3위인) 일본이나 우리나 더 필사적으로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 관련해서 올림픽 전 마지막 대회인 7월 초 방콕 스타 컨텐더가 매우 중요해졌는데
임종훈 : 당연히 2번 시드 확보를 목표로 하지만 더불어서 이번 대회의 더 중요한 목표는 일본 선수들 기를 꺾는 것에 있습니다. (일본의)하야타 히나 선수가 약간씩 열 받게 하는 게 있어요. 이번에 가서 확실히 기를 꺾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농담이고요. 사실 시합하다 보면 우리 거 하기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내용 찾고 만들고 하는 게 더 중요하죠.

▷ 올림픽 본 무대 생각해서 작전을 감춘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나?
임종훈 : 유빈이한테도 아직 얘기 안 했는데 지금 하나 고민 중인 기술이 있기는 해요. (신유빈 : 우와 이걸 여기서 얘기하는구나. 서운하네) 그게 아니라 실은 일본 말고도 잘하는 조가 많으니까, 일단 만나기까지 열심히 해야죠. 시합 때 한 번 써볼까 말까 아직은 생각만 하고 있어요.
신유빈 : 비밀이에요. 비밀! (웃음)

▷ 일본 선수들도 그런 비밀을 갖고 있지 않을까?
임종훈 : 그렇겠죠? 하지만 이미 하나 들통 났어요. (손으로 라켓 돌리듯) 돌려가지고 하는 그런 게 있는데 이미 하나 썼어요, 썼어. (웃음)
신유빈 : 재밌어요, 이 상황이. 이렇게 경쟁할 수 있는 게 너무 즐겁고요. 실은 2번 시드도 중요하지만 우리 조 경기력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야 올림픽에서도 좋은 시합을 할 수 있으니까. 저는 그냥 서로 마음에 드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 시드 관련해서 지난 라고스 컨텐더는 반드시 우승했어야만 하는 대회라 부담이 컸을 텐데 어떤 마음이었나?
임종훈 : 유빈이는 괜찮았을지 모르겠는데 저는 끝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됐다. 일단은 하나 했다. 차라리 일본 조랑 붙는 거면 이기든 지든 올림픽에서 잘 보완하면 되겠지 하겠는데, 그게 아니라 우승하러 간 거고, 먼 나이지리아까지 가서 지고 오면 속상할 것 같아서….
신유빈 : 오빠는 끝나기 전까지 내색하지 않았어요.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저도 아무렇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소리를 지르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감추고 있었냐 그랬죠. 암튼 덕분에 저는 괜찮았어요. 그냥 미션 하나 완료 정도?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 실제로 2번 시드는 결국 결승에서 중국을 만나는데, 왕추친-순잉샤 조에 대한 대비책은?
임종훈 : 항저우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우리가 100%를 했는데, 그 조는 120%를 하더라고요. 공격도 공격이지만 디펜스가 워낙 좋은 선수들이어서 우리 공격이 잘 안 통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때와는 분명 많이 달라졌어요. 여러 가지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졌고, 작전수행 능력도 좋아졌습니다. 유빈이 공도 힘이 붙어서 더 세졌고요. 충분히 부딪쳐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유빈 : 저도 안 되는 건 없기 때문에 오빠랑 노력해 온 만큼, 그 노력을 믿고 하면 좋은 경기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남미에 유럽에 아프리카에 전 세계를 돌면서 지칠 만도 한데 최근에 집에는 얼마나 갔는지?
임종훈 : 뭐랄까, 계속 각성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잖아요. 지금은 죽더라도 메달 따고 죽자 그런 마음이에요. 계속 얼마 안 남았다. 좀 더 힘내자. 집에는 거의 3년은 못 간 것 같아요. 뭐 요즘은 영상통화도 있고, 안부는 물을 수 있고, 올림픽 끝나고 보자 그런 거죠.
신유빈 : 그냥 일상이구나 생각해요. 처음에는 시합 너무 많이 다녀서 힘들겠구나 했는데, 막상 생각보다는 괜찮고 몸도 안 아프고 그러니까 기분도 좋고 힘듦을 넘어선 그런 상태인 것 같아요. 집에 간지는 저도 오래 됐고, 선수촌 들어오면 부모님께서 잠깐 오셔서 같이 밥 먹고 헤어지는 게 다죠. 파트너가 힘들어하면 같이 힘들 텐데 서로 내색 안 하고 하니까 괜찮아요.

▷ 항저우아시안게임 때 우리 선수들 혼합복식 세리머니가 큰 화제였는데, 이번 올림픽 시상대에서도?
임종훈 : 그럼요. 유빈이가 앞구르기라도 하라면 할 수 있습니다. (웃음) 메달만 딸 수 있다면 신체적으로 불가능한 것만 아니라면 뭐든 할 수 있습니다.
신유빈 : 목말 태워달라고 해야겠다. (임종훈 : 그것도 돼요. 다 돼요).

▷ 마지막 질문으로 올림픽으로 3행시 한 번?
임종훈-신유빈 : 올! 올림픽 금메달, 림! 임종훈-신유빈, 픽! 픽미 픽미 픽미업!

[ 최형규 기자 choibro@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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