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태원 음모론' 논란…"참 나쁜 대통령" vs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
입력 2024-06-28 17:08  | 수정 2024-06-28 17:20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전 국회의장 / 사진 = MBN

김진표 전 국회의장의 회고록에서 촉발된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 논란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김진표 회고록에 무슨 내용이?

김 전 의장이 최근 펴낸 회고록 ‘대한민국은 무엇을 축적해왔는가에는 지난 2022년 12월 5일 국가조찬기도회 당시 윤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김 전 의장이 들은 얘기가 언급됐습니다.

김 전 의장은 야당이 참사 대응의 주무 부처 장관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이 장관이 물러나지 않으면 2023년도 예산안 처리에도 영향을 줘 헌정 사상 첫 준예산이 편성되는 상황까지 올 것을 우려했습니다.

책에서 김 전 의장은 "대통령에게 '이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는 게 옳다'고 했다"며 "장관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여야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장관 본인 앞날을 위해서도 바람직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 전 의장은 "윤 대통령이 '그 말이 다 맞으나 이태원 참사에 관해 지금 강한 의심이 가는 게 있어 아무래도 결정을 못 하겠다'고 말했다"며 "그게 무엇인지 물었더니 '이 사고가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럴 경우 이 장관을 물러나게 하면 그것은 억울한 일이라는 얘기를 이어갔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의장은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극우 유튜버의 방송에서 나오는 음모론적인 말이 대통령의 입에서 술술 나온다는 것을 믿기가 힘들었다"며 "윤 대통령 의구심이 얼마나 진심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당히 위험한 반응이었다. 나는 '그런 방송은 보지 마십시오'라고 말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꾹 참았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실 "멋대로 왜곡"

이에 대통령실은 김 전 의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을 지내신 분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누었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리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김 전 의장을 저격하면서 "대통령은 당시 참사 수습 및 예방을 위한 관계 기관 회의가 열릴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을 전부 조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대통령은 사고 당시 119 신고 내용까지 다 공개하도록 지시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이태원특별법을 과감하게 수용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준석 "참 나쁜 대통령"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늘(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가 떠드는 아무 말 음모론에 경도되는 것도 모자라 사실로 믿고 국정 운영을 하고 있던 것이냐"고 비판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습니다.

이준석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소식을 접하고 좌익세력의 공작을 의심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대통령이 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참 나쁜 대통령이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그랬을 리가 없다고 하지만 저는 그랬을 분이라고 생각하기에 단언한다"고도 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대통령이 직접 무엇이 왜곡이고, 진실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민의힘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

여당에선 "'타지마할 자서전'에 이은 또 하나의 자서전 촌극"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태준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전 대통령 자서전에서 '영부인 단독외교'로 포장했지만, 오히려 '혈세 관광' 실체를 확인하는 단초가 됐다"며 김 전 의장의 회고록을 겨냥해 "자신은 미화하고 상대는 비방하는 방식의 자서전에 국민 마음이 불편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의장을 향해선 "왜곡된 기억을 바로잡고, 논란을 유발한 점에 대해 사과하라"고도 했습니다.

당권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은)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낸 걸 봤다"며 "그 말을 신뢰한다"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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