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족 돈 빼돌리면 처벌 가능…'친족상도례' 71년 만에 헌법불합치
입력 2024-06-28 09:09  | 수정 2024-06-28 09:27
【 앵커멘트 】
부모나 자식, 배우자나 함께 사는 다른 가족이 사기나 절도 같은 재산 범죄를 저질러도 '친족상도례'라는 조항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처벌이 가능해지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법이 제정된지 71년 만에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홍지호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20년 넘게 돼지농장에서 일한 지적장애인 A 씨는 같이 사는 삼촌과 숙모가 상속 재산과 퇴직금 등을 가로챘다며 고소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 못했습니다.

'친족상도례' 조항 때문이었습니다.


현행법은 직계 혈족이나 함께 사는 가족 등이 절도나 사기, 횡령 같은 재산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정의 문제에 국가가 간섭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적용됐습니다.

지난 2012년 이 조항이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지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A 씨를 포함해 4명의 피해자들은 가족을 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이번엔 결과가 달랐습니다.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관련 법 제정 71년 만의 일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친족이라면 중대한 범죄까지도 처벌할 수 없도록 일률적으로 규정하면 일방적인 희생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인터뷰 : 이종석 / 헌법재판소장
- "심판대상 조항은 입법 재량을 일탈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서 형사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합니다."

이번 결정으로 국회가 내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이 조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다만, 형제·자매 등이 저지르는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으면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에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MBN뉴스 홍지호입니다. [jihohong10@mbn.co.kr]

영상취재 : 한영광 기자
영상편집 : 이동민
그래픽 : 송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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