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65조 자산 영국 최고 부호, 가사도우미에 일당 1만원 지급...'징역형'
입력 2024-06-22 13:25  | 수정 2024-06-22 13:31
힌두자 집안의 아들 아제이 힌두자(왼쪽), 아내 남라타(가운데), 변호인(오른쪽). / 사진=EPA 연합뉴스 자료
검찰 "가사도우미들 노동력 사실상 착취"


스위스의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를 착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영국의 억만장자 가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형사법원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최대 부호인 프라카시 힌두자(78)와 아내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아들과 며느리에게 징역 4년형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힌두자 일가가 동일 직업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급여만 주는 등 가사도우미들의 노동력을 사실상 착취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힌두자 일가는 제네바 레만호 인근에 있는 호화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들에게 일을 시키며 매우 적은 임금만 인도 루피화로 지급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한 여성 가사도우미는 일주일에 7일, 하루 최대 18시간을 일하고도 현지 임금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고작 7 스위스 프랑(약 1만원)을 일당으로 받았다고 스위스 연방 검찰은 밝혔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가사도우미들은 휴가가 거의 없었고, 몸이 아파도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가사도우미들의 여권도 힌두자 일가가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다만 인신매매 혐의에는 무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고용주 등이 피고용인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해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도 인신매매 범죄를 구성하는데, 재판부는 가사도우미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동의한 점에 비춰 인신매매로 보기는 어렵다고 봤습니다.

법정구속을 피한 힌두자 일가는 항소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 내지 건강상의 이유로 재판 출석을 꺼렸던 힌두자 일가는 이날 재판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힌두자 일가는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해왔습니다. 지급된 급여가 과소평가됐고, 가사도우미들이 고향인 인도에 있을 때보다 스위스에서 충분한 혜택을 받았다는 주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재판이 불리하게 흐르는 것을 의식한 듯, 힌두자 일가는 최근 가사도우미들과 비공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힌두자 일가는 순자산 370억파운드(약 65조원) 이상을 보유한 영국 최대 부호 집안입니다. 영국에서 금융, 정보기술(IT), 부동산 등 수십 개 분야에서 사업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최고급 스위트룸이 하룻밤 2만5천파운드(약 4400만원)에 달하는 래플스 호텔도 이 집안 소유입니다.

[김가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gghh7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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