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진료는 의사에게]과도한 저염식단…피로, 두통 등 증상 있다면?
입력 2024-06-22 11:00 
자료 사진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여든 살인 한 할아버지는 최근 계단을 내려가다 갑자기 힘이 빠지면서 굴러 넘어져 근처 종합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습니다.

응급실에서 할아버지는 말을 어눌하게 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의심돼 CT와 MRI검사를 했는데, 특이사항은 없었습니다.

피검사와 소변검사 등 진단검사에서 삼투압몰 농도 수치가 110mmol/L대를 기록해 뜻밖에도 저나트륨증으로 진단됐습니다.

할아버지는 1주일 남짓 입원한 뒤, 외래 통원진료를 통해 영양제와 나트륨 수액처방을 받고 지금은 완쾌됐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수년간 소금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저염식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혈압에다 심뇌혈관 이상 등으로 짜게 먹지 말라는 주변의 권유로 소금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식단을 고집해왔다는 겁니다.

최근 건강을 염려해 저염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과도한 수분 섭취로 인해 이 할아버지처럼 저나트륨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산 온종합병원 통합내과 유홍 진료처장(의학박사)은 "저나트륨증(hyponatremia)은 혈액 속의 나트륨 이온(Na+)농도가 정상 범위 이하로 낮아지는 상태"라고 말합니다.

혈청 나트륨 농도가 135 mmol/L 미만인 경우 저나트륨증으로 진단합니다. 소금의 섭취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저염식 식사를 장기간 지속할 경우 저나트륨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나트륨은 혈장 내 삼투압몰농도(osmolality)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전해질로 세포 내부와 외부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고,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와 근육 수축에 관여하는 등 인체의 다양한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두통, 구역질, 피로, 집중력 저하 등 증상

저나트륨증의 원인은 수분 과다 섭취, 신장 기능 저하, 호르몬 이상, 약물 부작용, 구토, 설사 등이지만 이 할아버지처럼 저염식을 고집하면서 지나치게 소금 섭취를 기피해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저나트륨증은 두통, 구역질, 구토, 피로, 식욕 부진, 집중력 저하, 혼란, 발작, 혼수 등의 증상을 보입니다.

신장의 수분 재흡수 기능이 저하돼 소변량이 증가하는 요붕증(diabetes insipidus), 부신피질 기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에디슨병(Addisons disease),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과 증상이 유사해 오해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경증 저나트륨혈증은 하루 1쿼트(약 1리터)이하로 음수량을 제한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습니다.

이뇨제 또는 다른 약물이 원인이면, 이를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하면 됩니다. 간혹, 나트륨 용액을 정맥으로 투여하거나 체액 배설을 높이기 위한 이뇨제를 투여하기도 합니다.

대개 수분 제한만으로는 저나트륨혈증의 재발을 예방하기에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소금 정제로 경증 내지 중등도의 만성 저나트륨혈증 환자를 치료합니다.

중증 저나트륨혈증은 이 할아버지처럼 응급상황에 해당합니다. 주치의는 정맥 수액처방이나, 이뇨제로 나트륨 수치를 천천히 증가시키는 치료를 합니다.

바소프레신 수용체를 차단하고 신장이 바소프레신에 반응하지 못하게 만드는 밥탄이라는 약물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급격하게 나트륨 수치를 높이게 되면 영구적인 뇌손상 발생도 우려되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유홍 진료처장은 "저나트륨증을 방치하면 뇌세포 손상이나 심장 기능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나트륨은 체내에서 수분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부족 시 수분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여 세포가 팽창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뇌세포가 손상되어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에는 발작, 혼수상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또 나트륨은 심장 박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므로 부족 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심장 마비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장은 체내의 나트륨과 수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저나트륨증이 지속되면 신장에 부담을 주어 신장 기능도 저하됩니다.

채소, 과일에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 풍부

여러 가지 건강을 고려한 저염식도 저나트륨증을 대비하면서 실천해야 합니다. 소금 대신에 간장, 식초, 고춧가루, 후추,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사용하여 음식의 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국물에는 많은 양의 소금이 함유되어 있으므로, 국물을 적게 먹는 식습관도 바람직합니다. 또 채소와 과일에는 나트륨 배출을 돕는 칼륨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으므로, 자주 섭취하는 게 좋습니다.

염분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보다는 신선한 식품을 선택하고, 물 대신에 차나 과일주스를 마시는 것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차나 과일주스에는 나트륨이 적게 함유되어 있으며,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어 건강유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유홍 진료처장은WHO에서는 성인 기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 이하로 권장하고 있으나, 한국인의 평균 하루 나트륨 섭취량은 약4,878㎎으로 WHO 권장 수준의 2배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위암, 신장 결석, 골다공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거의 소금을 섭취하지 않는 저염식을 고집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안진우기자 tgar1@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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