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이 잡아당긴 뒤 혼자 못 걸어"...멀쩡하던 50대 무슨 일이?
입력 2024-06-03 09:17  | 수정 2024-06-03 10:06
사진=연합뉴스 자료
경찰 조사 중 하반신 마비 증상에 유치장 방치된 뒤 석방
병원서 경추 5,6번 마비 진단 후 수술 받았지만, 경위 파악도 안 해
피해자 진정 후 사건 발생 17일 만에 내사 착수
조사 담당 형사과 직원, 팀장 직위 해제
경찰서에서 조사 받다 심하게 다쳐 하반신 증세를 보인 50대 남성에 대한 경찰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도마에 올렸습니다.

특히 이 남성은 유치장에 있다가 긴급 석방된 뒤 이 병원서 경추 마비 진단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누구 하나 경위를 파악하지 않고 있다가 피해자 측이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하자 뒤늦게 내부 감사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충남경찰청과 천안서북경찰서는 지난달 10일 오후∼11일 새벽 아산경찰서 형사과에서 50대 남성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대응, 사후대처가 적절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A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2시간 정도 아산서 형사과에서 조사 받았습니다.

욕설 하거나 횡설수설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특별히 난동을 부리거나 몸싸움은 없다고 경찰은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를 받던 A씨가 11일 오전 1시 30분쯤 갑자기 스스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상체를 앞으로 숙이자 형사과 직원이 A씨 뒷덜미를 잡고 뒤로 잡아당겼습니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그대로 바닥 쓰러진 채 다시 일어서지 못했습니다.

A씨는 이미 그때부터 혼자 걷지 못해 형사과 직원들 부축을 받아야만 걸을 수 있었습니다.

유치장이 있는 천안동남서로 옮겨진 A씨는 그 후 방치됐습니다.

11일 오전 7시가 넘어서야 뭔가 잘못된 걸 안 경찰이 급히 A씨를 석방해 병원으로 향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A씨는 병원에서 경추 5,6번 마비 진단을 받고 긴급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때까지도 누구 하나 경찰서 안에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된 환자의 부상 원인을 확인하지 않고 외면했습니다.

담당 수사팀은 관련 내용을 서장에게 곧바로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A씨가 술을 많이 마셔 몸을 잘 가누지 못했고, 이미 외부에서 다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A씨가 쓰러지기 전 스스로 움직였고, 마지막엔 탁자를 치고 혼자 일어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틀이 지나서야 관련 내용을 파악한 아산서장은 항의 방문한 피해자 가족들과 형사과 당직실 CCTV를 돌려봤습니다.

경찰은 피해자 측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도 경위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지난달 20일 정확한 원인 규명과 피해 보상이 필요하다는 진정을 제기했고, 그제야 경찰은 뒤늦게 경위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후 사건 발생 13일이 지난 23일에서야 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충남경찰청이 직접 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자체 감사 결과에 따라 남성의 목덜미를 잡아당긴 형사과 직원과 같은 팀 팀장을 직위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냈습니다.

또 사건 발생 17일이 지난 27일에야 천안서북서가 내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어떤 행위로 다쳤는지, 제지 과정에서 발생했는지 체포 이전에 다쳤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증거 분석이 끝나면 A씨 가족을 불러 과정을 공개하고 A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는 가족 입회하에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지예 기자/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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