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北 난데없이 엔진 바꿔 위성발사…'ICBM 아닌 척' 했나
입력 2024-05-28 10:40  | 수정 2024-05-28 11:23
북한이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린 27일 밤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를 감행했지만 실패했다.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북한 6개월 만에 연료·산화제 바꾼 새 엔진 적용
"러시아 지원 더 강화할 가능성"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데 대해 새로운 엔진을 개발 및 적용한 탓이라고 밝혔습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이 어제(27일) 오후 10시 44분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발사 직후인 2분 뒤 북측 해상에서 폭발했습니다.

북한은 실패를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문제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산화제로 액체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것인데, 그간 북한의 발사체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물질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에서는 북한이 내세우는 기존 '백두산 엔진'을 적용했습니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들어가는 백두산 엔진은 산화제로 적연질산을, 연료로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을 사용합니다.

UDMH와 적연질산 조합은 군사적 용도에 해당합니다. 추력이 떨어지고 맹독성이 있다는 단점을 감수하면서 상온 보관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택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이번 위성체 엔진에 사용된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보관 및 주입을 위한 고가의 첨단 설비가 필요합니다.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주입 직후 발사해야 하는 사용상의 불편함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고유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학 목적의 우주 발사체에 널리 쓰입니다. 한국 나로호·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에서도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 사진=연합뉴스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 분야의 선진국은 러시아입니다. 나로호·누리호 엔진 역시 러시아와 기술 협력을 토대로 이런 방향을 채택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북한 위성체 엔진에 사용된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을 두고, 최근 북한이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기술 지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발사체 개발에 도움을 줬다고 해도, 지난해 1호기를 발사한 지 6개월 만에 새로운 엔진을 적용해 실제 발사에 도전한 것은 극히 무모했다는 평가입니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연료 체계의 연소 불안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북한이 언제부터 이 체계를 개발해왔는지는 몰라도 바로 발사를 시도한 것이 상당히 의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으로서는 위성 발사를 시도할 때마다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행위"라는 지적을 회피하고자 이런 도박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ICBM 기술을 사용하지 않았고, 남들처럼 과학적 목적에서 위성 발사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개발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백두산 엔진을 새로운 추진제 조합에 맞도록 수정·변경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한다는 의구심을 제거"하는 효과를 노렸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편,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실패하기는 했으나 우주 발사체 개발 과정에서는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고, 북한이 택한 방향이 최근의 기술 추세라는 점에서 장차 새 엔진을 사용해 발사에 성공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위성 관련 발사 실패는 우주 개발국 대부분이 겪는 문제"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방북 전에 러시아 기술 지원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할 수 있으므로 향후 러시아의 지원이 더욱 적극적, 구체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박혜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floshml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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