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진표 "당 명령 복종 안 하면 패륜아 취급"
입력 2024-05-21 14:41  | 수정 2024-05-21 15:21
환영사하는 김진표 국회의장
초선 의원들 만난 자리서 국회에 쓴 소리
"의장하며 가장 자괴감 든 일은 9번의 거부권 막지 못한 것"

김진표 국회의장이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대해 "대의민주주의의 큰 위기"라고 작심 쓴소리를 했습니다.

김 의장은 제22대 국회 초선 당선인 130여 명이 모인 의정연찬회 인사말에서 "지금은 개별 정치인이 당의 명령에 절대복종하지 않으면 큰 패륜아가 된 것처럼 취급받는다"며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김 의장은 "자기 진영의 큰 주장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다는 사람을 역적이나 배반자로 여기면서 수박이라고 부른다"고도 꼬집었습니다.

'수박'은 민주당 친명 성향의 강성 당원이 비명 인사들을 겨냥해 사용하는 멸칭입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선배로서 초선들을 향해 간곡히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정치는 나를 뽑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상대방을 뽑은 사람도 존중해야 한다"며 "적이 아닌 파트너로 상대방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24.7%로 16개 주요 기관 중 압도적으로 낮은 최하위를 기록한 것 역시 팬덤 정치와 극한 대립에 기인한다는 진단입니다.

김 의장은 "여러분은 20만 명이 뽑아준 대표"라며 "서로 타협해 대의민주주의를 치유하는 22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제22대 국회 주요 입법과제로는 ▲ 저출생 문제 해법에 대한 국가 의무의 헌법 규범화 ▲ 개헌에 대한 상시적 논의 및 준비 ▲ 사표 발생 방지 및 협치 제도화를 위한 중대선거구제로의 선거제 개편 ▲ 선거구 획정 지연 방지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 예산 편성 단계에서 국회의 의견 반영 등을 꼽았습니다.

"국회의장으로서 가장 자괴감이 든 일은 9번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지 못한 것"이라며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김 의장은 "현 정부가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정쟁을 거듭하다 일방적인 실력 행사와 거부권 행사로 종결되는 지금의 'All or Nothing' 정치는 '허공에 헛주먹질'하는 후진적 정치"라고 질타했습니다.

[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