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산업 침식 위기…실질적 규제 완화해야"
입력 2024-05-10 17:47  | 수정 2024-05-10 17:53

침체되는 미디어 콘텐츠 산업을 살리기 위해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오늘(1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2024 봄철 정기학술대회 <지속가능한 민영방송 생태계를 위한 진흥책 모색> 세미나에서 "레거시 방송미디어 사업자들의 기여도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사업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와 이에 대한 평가가 주기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소장은 "유료방송 VOD 매출이 2018년 1조 가까이 달했는데 2022년엔 7천억 원 이하로 내려왔다"며 "OTT 시장의 성장은 긍정적이지만 레거시 미디어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 K콘텐츠 산업 발전은 여러 레거시 미디어 사업자들의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 속에서 이뤄진 성과인데 비해 그 평가가 박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는 제작비 상승을 꼽았습니다. 노 소장은 "드라마 한 편당 10억 원이 드는 시장에서 과연 사업자들이 지속가능하게 투자할 수 있느냐"며 업계에 만연한 위기의식을 언급했습니다. 반면 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에 대해선 "이미 수년 전부터 바꿔야 한다고 했던 규제들이 바뀌지 않은 게 있다"며 투자가 많이 필요한 만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산업이므로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디어 산업과 국내 방송을 진흥하기 위해 노 소장은 ▲국가전략산업 수준으로 세제 지원 확대 ▲IP 확보 등을 위한 국내 콘텐츠 사업자 인센티브 부여 ▲인허가제 개선 ▲콘텐츠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 확대 ▲기금 납부에 대한 부담 경감 ▲재승인 부관 조건 완화 등을 정책 과제로 제안했습니다.

단계적으로 규제 완화가 되지 않을 경우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 업체의 외주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습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김희경 연구위원은 "그 동안 OTT나 플랫폼에 대한 지원은 많이 이뤄졌지만, 레거시 콘텐츠 시장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레거시 콘텐츠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이는 유통할 수 있는 '시드 콘텐츠'가 사라지는 현상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글로벌 OTT의 독과점 체제로 인해 K콘텐츠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훈 경희대 교수는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가치가 1조 8천억 원이라고 추정되는데 제작사가 판권을 판 것은 200억 원 정도라고 알고 있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해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은 "'시드 콘텐츠'를 제작하는 레거시 콘텐츠 사업자들이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OTT 사업자들이 콘텐츠의 유통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일호 기자 jo1h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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