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는 핵무기 같아"...워런버핏의 우려, 왜?
입력 2024-05-05 16:00  | 수정 2024-05-05 17:38
워런 버핏/사진=연합뉴스
"AI는 다시 집어넣을 수 없는 램프의 요정 같아…관련 사기 늘 것"
버크셔 보유현금 257조 원 '역대 최고'…"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 휘두를 것"
사후 승계 계획 언급…"아벨 부회장이 버크셔 투자 결정 맡을 것"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인공지능(AI)의 파급력을 핵무기에 비유해 두렵다고 밝히면서도 AI를 활용한 사기가 "성장 산업(growth industry)"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4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사기 수단으로 AI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만약 내가 사기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면 이것은 역대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며 AI를 통한 사기 사건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최근에 AI가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봤다면서 "난 아마 어느 이상한 나라에 있는 나 자신에게 돈을 송금할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버핏 회장이 본인의 이미지조차 그 진위를 분별할 수 없을 정도로 AI 기술이 정교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어 그는 AI도 핵무기와 마찬가지라며 AI를 램프에서 꺼낸 요정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요정의 힘이 나를 정말 두렵게 한다"며 "나는 요정을 다시 램프에 집어넣는 방법을 모르는데, AI도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버크셔 주총에는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 생각을 들으려는 투자자들이 매년 몰리는데,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올해 주총은 버핏의 오랜 사업 파트너이자 단짝인 찰리 멍거 버크셔 부회장 없이 열린 첫 주총이라 주목받았습니다. 멍거 부회장은 작년 11월 99세로 별세했습니다. 이날 버핏 회장은 무대에서 자신이 2021년 후계자로 지명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보험 부문 부회장과 나란히 앉았는데 그레그를 돌아보다가 실수로 "찰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사진=연합뉴스


버핏 회장은 이날 공시한 실적자료에서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1890억 달러(약 257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입니다. 버핏 회장은 이 금액이 2분기 말 2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보유 현금을 쓰고 싶다면서도 "우리가 큰 돈을 벌게 해주면서도 위험은 매우 적은 일을 하는 기업"을 찾기 전에는 섣불리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왜 새로운 투자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는 마음에 드는 투구에만 (방망이를) 휘두른다"고 답했습니다.

버핏 회장은 올해 1분기에 들고 있던 애플 주식의 약 13%를 매도해 지난 3월 말 기준 1354억 달러(약 184조 원)어치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애플은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가 부진한 영향 등으로 올해 1분기 주가가 11% 하락했고, 시장에서는 버핏이 애플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애플이 올해 말까지 계속 버크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애플이 버크셔가 지분을 보유한 다른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나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고 주주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버핏 회장은 "정말 엄청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는 그레그가 이 회사를 넘겨받을 때도 애플,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코카콜라를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애플 지분을 줄인 이유에 대해 애플의 장기 전망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 때문에 주식을 팔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버크셔 주주총회에 진열된 워런 버핏 인형/사진=연합뉴스


버핏 회장은 버크셔가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글로벌 주식에 투자한 것에 대해 "100% 내 책임이었고 우리는 (주식을) 전부 팔았으며 상당히 많은 돈을 잃었다"고 자책했습니다.

버크셔는 2022년 1분기부터 파라마운트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2023년 말 6330만 주를 보유했습니다. 파라마운트 주가는 2022년에 44%, 2023년에 12% 하락한 바 있습니다.

올해 93세인 버핏 회장은 주총에서 승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앞서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을 버크셔의 차기 최고경영자로 지목했지만, 아벨이 투자 종목 선정까지 하게 될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날 버핏 회장은 아벨 부회장이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 운영 등 향후 투자 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버핏 회장은 "나는 이 세상의 몇 사람이 하고 있듯이 4년 뒤에 내가 어디에 있을지 그렇게 확신할 수 없는 나이인데도 4년짜리 고용 계약을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주주들과의 질의응답을 마무리하면서 "난 여러분이 내년에도 오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내가 내년에도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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