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숨진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경기 화성시에 있던 한 공사 현장에서 잔토 처리 운반 업무를 맡았던 A씨는 음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였습니다.
사고 당일 새벽 A씨는 잔토 하차지로 향하던 중 우측 곡선 도로에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직진해 도로를 이탈했습니다.
배수지 라인에 설치된 철제 난간을 들이받은 뒤 배수지로 추락한 A씨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 자녀들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은 사고 당시 무면허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거절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자의 범죄 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A씨 자녀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또 "운전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A씨가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은 있었다"며 "무면허운전 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사고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 매우 미끄러웠고 조명시설 등 안전 시설물은 없었다"며 "사고가 온전히 망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점을 토대로 "이 사건 사고는 근로자가 안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조금이라도 게을리했을 경우 도로 여건이나 교통상황 등 주변 여건과 결합해 언제든지 현실화할 수 있는, 업무 자체에 내재한 전형적인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라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단이 불복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윤도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oloopp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