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늘부터 입장료 받는 도시 생겼다..."디즈니랜드냐" 조롱도
입력 2024-04-25 10:03  | 수정 2024-04-25 10:33
이탈리아 도시 베네치아/사진=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베네치아, 입장료 미납부 적발 시 최대 44만원 과태료 부과
겨울철 비수기에는 입장료 부과되지 않는다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이탈리아 대표 관광도시 베네치아가 오늘(25일)부터 세계 최초로 당일치기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부과합니다.

이른바 '오버 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시범 도입된 이 제도는 이탈리아의 해방기념일인 이날을 시작으로 올해 4∼7월 이탈리아의 공휴일과 주말을 중심으로 총 29일간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베네치아에서 숙박하지 않고 당일 일정으로 방문하는 관광객은 도시 입장료로 5유로(약 7천원)를 내야 합니다.

공식 웹사이트(https://cda.ve.it)에서 안내에 따라 입장료를 결제하면 QR코드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1박 이상 머무는 관광객에게는 무료 QR코드가 발급됩니다.


베네치아 역사지구 거주자, 업무·학업·의료 등 사유로 방문하는 사람,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주 주민과 14세 미만 청소년, 장애인도 입장료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시 당국은 산타루치아역 등 베네치아를 들고나는 주요 지점에 검사원을 배치해 관광객에 대해 무작위로 검표한다는 계획입니다. 입장료를 내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50~300유로(약 7만~44만원)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시 당국은 공휴일과 주말에 입장료를 부과함으로써 관광객이 한산한 평일에 방문하도록 유도해 인파 분산을 도모한다는 계획입니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입장료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베네치아가 최초로 입장료를 도입했다며 오버투어리즘으로 고민하는 다른 도시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의 관광 대국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서는 지난 20일 관광객 수 제한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등 유럽 관광 명소의 오버 투어리즘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루이지 브루냐로 베네치아 시장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실험"이라며 "우리의 목표는 베네치아를 더 살기 좋은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 베네치아 역사지구 내 인구는 1961년 13만명 이상이었으나 지난해 8월 기준 5만명 미만으로 줄었습니다.

시 전체가 거대한 관광 세트장으로 변해가자 베네치아 당국이 결국 고육지책을 꺼내 든 셈입니다.

다만 입장료 5유로가 관광객 수를 억제하는 데 충분한 금액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아울러 마치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처럼 입장료를 부과한다는 점에서 베네치아가 '디즈니랜드'가 됐다는 조롱도 나온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전했습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이자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불리는 베네치아는 지난해 2천만명 이상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민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ma11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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