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치솟는 환율 17개월 만에 최고지…1400원 넘을까
입력 2024-04-14 15:15  | 수정 2024-04-14 15:22
원/달러 환율 /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준 금리 인하도 늦어져
중동 위험은 더욱 고조
'위기 환율'이지만 시장 불안 덜해

원/달러 환율이 17개월 만에 1370원대를 넘어서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달러 강세가 나타났습니다.

오늘(1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1375.4원에 마감했습니다.

2022년 11월 10일(1377.5원) 이후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상승 폭 역시 지난 1월 19일(25.5원) 이후 가장 컸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으로 보이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3월 미국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해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었습니다.

CPI 발표 직후 금리선물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6월 금리 인하 확률은 20%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은 지금까지 너무 앞서갔다"며 "미국 금리 인하 시점 기대가 3월, 5월을 거쳐 계속 늦춰지더니 이제 6월 설도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JP모건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 정책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달러는 한 번 더 강세 압력을 받았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부 위원이 금리인하에 자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것이 2%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피벗 시그널을 작년 말부터 줬기 때문에 (통화정책)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ECB와 스위스 중앙은행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환율 17개월 최고…중동 위험 고조·배당금 송금 이슈도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 달러 강세에 영향을 미칩니다.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오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란이 이스라엘을 보복 공격하는 등 환율 오름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12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이란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106선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이란-이스라엘 간 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달러화의 상방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오늘(14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글로벌 달러 강세 외에 이번 달 배당금 송금 관련 수급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입니다.

김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여건이 환율 변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4월 말까지 배당금 역외송금 관련 수급 이슈가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규모는 약 7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0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달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 대외 부채보다 자본이 더 많은 대외순자산국으로 환율 변화로 경제 위기가 오는 구조는 아닙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외금융자산(대외투자)은 2조2871억달러로 전년 말(2조1687억달러)보다 1184억달러 증가했습니다.

순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도 7799억달러로, 전년 말(7713억달러)보다 85억달러 증가했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는 지난 1월 말 기준 561조 4000억 원으로 전체 금융 부문에서 해외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3.6%에 달했습니다.

다만, 한은은 해외증권 투자 확대가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보며, 외환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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