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Book]『정상이라는 환상』&『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입력 2024-04-11 18:22 
가보 마테·대니얼 마테 지음 /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펴냄
산부인과부터 완화의료병동 책임자까지 30년 이상 의사로 살아가며 가보 마테는 질병은 개인적·사회적·정서적 요인이 연결되어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아들인 작곡가 대니얼 마테와 함께 저술한 이 책은 많은 만성 질환이 우리 문화 자체에서 기인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건 ‘독성 문화
『정상이라는 환상』
‘독성 문화는 우리 삶의 모든 면에 깊이 들어와 있는 사회구조, 신념 체계, 선입관, 가치관과 같은 전체적인 맥락을 뜻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정상으로 여기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건강하지도 자연스럽지도 않다”라고 꼬집는다.
우리 문화에 팽배한 왜곡된 정상의 개념이야말로 건강한 세상을 육성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된 지 오래다. 이는 기술, 자금 또는 새로운 발견의 부족보다 방해 효과가 더 커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도 행동에 옮기지 못하게 만든다.
정상성이란 뭘까. 사회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신분, 재산, 학력, 외모 등은 사람들을 정상성의 감옥에 갇히게 만든다. 압박은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스트레스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염증이며 자가면역성 질환부터 암, 우울증까지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 심지어 트라우마의 단초가 되기도 한다. 트라우마의 문제는 우리의 세계관을 왜곡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무엇보다도 온전함을 위해 나아가는 첫걸음은 우리의 고통과 세상의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섬에서 벌어진 죽음에 숨겨진 비밀
『아직 죽지 않은 자들의 섬』
필리프 클로델 지음 / 길경선 옮김 / 은행나무 펴냄
소설의 무대는 개의 형상을 한 군도에 위치한 가상의 섬이다. 세상과 동떨어진 지중해의 작은 섬마을 주민들은 올리브 농사와 어업을 통해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흑인 청년의 시신 세 구가 발견되며 그간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시신을 목격한 몇몇 사람들에게, 섬의 권력자인 시장은 현재 진행 중인 온천 사업이 가져다줄 공동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이들의 죽음을 마치 꿈처럼 ‘없었던 일로 처리하고 침묵하길 요구한다.
결국 섬사람들은 시신들을 화산 구덩이에 던져 사건을 은폐한다. 그러나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을 감추려는 시도는 오히려 섬 전체에 엄청난 심리적 혼란과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공쿠르상을 수상한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 가상의 화산섬 마을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를 통해 모두가 옳지만 아무도 승리하지 못하는 현대 공동체가 당면한 비극을 소설로 그려냈다.
[ 김슬기 매일경제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4호(24.4.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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