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아랫집서 동의 없이 발코니 내력벽 철거…대법 "윗집이 소송 가능"
입력 2024-04-11 15:46  | 수정 2024-04-11 15:51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건물 아랫집 세대가 윗집의 동의 없이 발코니의 내벽을 철거했다면, 윗집 입주민이 소송을 통해 취소를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12일 집합건물 윗집 세대인 A씨가 강남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대수선 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지난 2019년 강남구청에 아래층 세대에서 불법으로 내력벽을 철거했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아래층 세대는 2009년에 발코니 바깥쪽 벽을 철거하면서 다른 입주민이나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강남구청은 처음에는 건축법 위반 사항을 시정하라고 명령했지만, 두 달 뒤 아래층 세대의 내력벽 해체 행위가 받아들여졌다며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A씨는 강남구청의 이런 행위가 위법이라며 같은 해 소송을 냈고, 1심은 원고 승소로 판결했지만, 2심은 A씨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습니다.

소송의 쟁점은 아래층 세대가 철거한 벽이 내력벽인지, 입주민 동의가 필요한 공용부분인지였습니다. 내력벽 해체는 건축물의 '대수선'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벽이 건물의 안전이나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공용부분으로 분류돼 일정 비율 이상 입주민 동의도 요구됩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철거한 벽체는 구조 안전상 문제가 없는 단순 벽체"라며 "건축물의 하중을 견디는 내력벽이 아닌 만큼, A씨와 관련이 없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아래층 세대가 철거한 벽이 건물의 공용부분을 이루는 내력벽이라고 본 겁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벽체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기 위해 콘크리트 구조물의 견고한 형태를 갖추고 있고 아래층에도 같은 위치에 동일한 구조의 벽체가 시공돼 있으며 실제로 위층 베란다 바닥을 구성하는 슬래브의 하중을 견디고 전달하고 있다"며 "구체적 위험이 초래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력벽이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해체된 벽이 건물의 외관을 구성하는 발코니의 바깥쪽 벽이므로 공용부분을 변경하는 행위로서 입주민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A씨에게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김한준 기자 / beremoth@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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