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ovie] 관계에 대한 영화 ‘로봇 드림’
입력 2024-04-07 12:40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대사 없는 완벽한 마스터피스 ‘관계와 ‘사랑에 대해 다룬 작품 중 단연 발군이다. 여느 애니메이션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영화는, 의인화한 동물들이 주인공이다. 뻔한 결말과 익숙한 서사를 피한 감독은 대사 없이도,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지를 잘 알고 있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 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 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다시 로 봇을 찾으러 노력하지만 매번 가로막힌 도그는 어느덧 새로운 로봇을 맞이하기에 이른다.
미국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사 라 바론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로봇 드림은 꿈같은 일상과 우정을 리드미컬하게 그려낸 영화로,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라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 칸에도 노미네이트되며 ‘엘리멘탈, ‘스파이더맨: 어 크로스 더 유니버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애니메이션 명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실사 영화를 찍어온 감독의 첫 애니메이션 작품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화와 서사 모든 면에서 높은 완 성도를 자랑한다. 영화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관계의 속성을 현실적으로 다룬다. 두 주인공은 황당할 만큼 어이없는 방식으로 이별을 겪고,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헤어짐이 주는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다,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그러다 재회한 상대를 만나는 일 같은 각자의 삶에서 한 번쯤 마주했을 아련한 감정을 건든다. 과거 의 상대에게 돌아가는 대신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성숙한 어른의 애도 방법이 애니메이션으로 펼쳐지는 것.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1980년대 뉴욕이 배경으로 당시 맨해튼의 유명 비디오 가게 ‘킴스 비디오에서 빌린 ‘오즈의 마법사, 롤러스케이트와 거대한 라디오, 아련하게 등장하는 쌍둥이 빌딩, ‘브루클린 브릿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코니 아일랜드 등 뉴욕의 랜드마크가 추억을 선사한다. 영화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대표곡 ‘September의 가사 ‘Do you remember?는 둘의 행복한 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한편, ‘기억이라는 영화의 중요한 키워드와도 이어진다. 102분간 대사 없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영화다.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 최재민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5호 기사입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