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파일] '대선 허위보도' 증거 위법 수집?…법원·검찰 설명 들어보니
입력 2024-03-26 18:17  | 수정 2024-03-26 18:43
출처 = 뉴스버스 측 법률대리인
지난 2021년 10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시절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며 허위 보도를 한 의혹으로 수사받는 뉴스버스의 이진동 대표는 압수된 휴대전화 자료 선별 참관 과정에서 검찰이 '디넷(D-Net)'이라 불리는 대검찰청 서버에 영장에 기재된 범위 외 휴대전화에 담긴 정보 전체를 불법적으로 보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뉴스버스가 공개한 '목록에 없는 전자정보 지휘' 문서를 보면 '사건에 관련된 파일' 뿐 아니라 '휴대전화에 기록된 전자 정보 전부를 복제한 파일을 보존'하도록 기재되어 있습니다.

뉴스버스 측이 대검찰청에 이를 항의하자 대검은 며칠 뒤 디넷에서 저장된 정보를 삭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별지에 "혐의와 관련된 전자정보만 복사하고, 나머지는 삭제·폐기 또는 반환한다"고 적혀있는 만큼 검찰이 혐의와 직접 관련없는 증거까지 통째로 보관한 건 위법한 증거수집이라는 주장입니다.



혐의 무관 자료 보관 논란에 검찰 "함부로 선별하면 무결성 훼손"


뉴스버스의 폭로 후 언론보도가 계속되자 대검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휴대전화에서 일부만 골라 저장하면 재판에서 조작·위변조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휴대전화 정보를 캡처한 이미지 파일을 저장할 필요가 있어 지난 2019년 대검 예규를 고쳐 시행하왔다"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버스 측과 일부 법조인들은 대검 예규가 만들어졌다해도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대로 전자정보를 수집하도록 규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과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이 "0000년 0월 0일 범행과 관련된 전자정보 내용을 압수하겠다"고 법원에 청구하면, 법관이 해당 일시와 혐의 관련성을 수사기관에 확인하고 영장을 발부하면서 압수할 자료의 목록을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하게 됩니다.

원칙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영장에 적힌 관련 자료만 선별해 가져오는 것으로, 수사기관들은 일반 PC에 든 파일을 압수할 때 파일 정보를 확인하고 분리해 수거해갑니다.


하지만 쟁점은 현장에서 자료를 분리할 수 없는 휴대폰 속 자료에 있습니다.

휴대폰 포렌식 자료의 경우 모두 백업을 해놓고나서 자료를 선별해야 하는데, 단순한 예시로 카카오톡 대화방의 경우 범행을 직접 나타내는 대화 10문장만 오려내게 되면 원래 자료와 더이상 동일한 자료가 아니게 되어버리는 문제가 생깁니다.

법정에서는 증거의 무결성·동일성을 둘러싸고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벌어지는데 증거에 짜깁기 등 조작이 가해지면 무결성과 동일성에 흠결이 생겨 증거능력을 상실한다는 겁니다.

범행사실의 증거로 활용할 때 전체적인 맥락에서 특정 문장의 의미를 해석해야 할 때도 있어, 대화방 파일을 통째로 가져가는게 불가피하단 설명도 있었습니다.

검찰 관계자들은 또 압수한 자료라고 해서 아무때나 자료를 들여다보거나 다른 수사팀이 함부로 열어볼 수 없는 구조이며, 특히 사건이 종결되면 해당 사건 자료를 열어볼 수도 없다고 말합니다.

일각에서 언급하는 다른 사건 수사때 확보한 자료를 보고 증거로 내세우다 무죄를 받은 사례는 개인의 돌발 행동이지 규정이 허용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다수 검찰 관계자들에 따르면 휴대폰 포렌식 자료는 수사팀에서 읽을 수 있게 변환이 가능한 형식의 파일이 '디넷'에 저장되고 전체 '원본 파일'은 수사팀도 아무때나 볼 수 없게 보관되어있어, 오직 공판에서 "이 증거가 원본이랑 같습니다"를 주장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전체 포렌식 파일을 활용한 '별건 수사' 개시 가능성에 대해선 "재판에서 이 증거가 어디서났냐고 당연히 묻지 않겠냐", "새로 영장을 청구해서 받아내야 한다"고 일축했습니다.

예를들어 검찰이 A 사건으로 B 씨의 휴대폰을 압수했는데, 이후 C 사건 수사에서 B 씨의 휴대폰 자료가 필요하다면 새로 영장을 받아야 하지, 디넷에 있는 B 씨 휴대폰 포렌식 자료를 임의로 열어볼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법관들 "위법은 위법"


다만 취재진과 연락한 법원 관계자들은 형사소송법에 근거할 때 휴대폰 포렌식 자료를 통째로 보관하는 것이 엄밀히 따지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상당한 시일 내에' 혐의와 관련없는 자료를 삭제하도록 적혀있는데 여기서 '상당한 시일'은 무관한 자료를 지우는데 소요되는 기술적 시간 그러니까 최대 2-3일을 말합니다.

이 관계자들에 따르면 뉴스버스 측이 대검에 대선 허위보도 사건과 관련없는 파일을 지워달라고 요청해 대검이 삭제하겠다고 통보한 그 파일들은 진작 지웠어야 하는 파일로,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낸 증거들이 위법 수집 증거로 여겨질 소지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MBN에 "실제 사건에서 이미지를 분석·추출·선별 하고, 삭제 또는 계속 보관할지 여부는 해당 수사 상황들에 맞추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그 사건(대선 허위보도 사건)은 아직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법원 관계자들은 대검 측이 법원 판례가 전체 전자정보의 보관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며 언급한 고등법원 판결문의 "전자정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해당 재판의 확정 전에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체 전자정보에 대한 이미지 파일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부분도, 해당 문단 후반부 "무관 정보에 대해 새롭게 압수수색하지 않는 등 영장주의와 적법절차 원칙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를 보면 전체 정보 보관을 승인해주는 뜻으로 이해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인사는 "검찰이 관행상 그렇게 (압수 파일 보관)해오고 있었는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논란이 불거지니 적절한 반박자료를 찾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도 검찰이 파일을 일일히 분리해 보관하는게 번거로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스버스 측의 설명대로 검찰이 혐의와 무관한 증거를 서버에 보관하거나 방치하고 있었다면 향후 증거의 위법성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검찰과 법원 관계자들 모두 현행 형사소송법이 과학수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 법 개정·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뜻을 모았습니다.

범행에 쓰이는 기기와 통신수단, 증거가 보관된 장치가 다변화된 만큼 규정된 압수 절차도 기기 특성에 맞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은채 기자 icecream@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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