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Health Recipe] 다시, 걷자…걸을 때 더 번뜩이는 뇌
입력 2024-03-24 11:42 
(사진 언스플래시)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책상에 앉아 골머리를 앓지 말고 일어나서 걸어 보자. 두 발로 땅을 디디며 걷다 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걷기가 번뜩이는 사고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걷기가 창의적 사고 부른다
세계의 유명한 철학자와 작가들은 산책을 즐겼다. 얼핏 보기에는 고된 정신 노동 뒤에 갖는 느긋한 휴식 같지만, 의외로 보다 고도화된 정신 노동을 하는 중일 수 있다. 톨스토이와 헤밍웨이는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원고를 쓰는 습관이 있었고, 일상에서 걷기를 빠뜨리지 않는 아인슈타인은 산책하는 도중 ‘상대성이론을 생각해 냈다. 스티브 잡스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길에서 나온다”고 말하며, 영감을 얻고 싶을 때마다 산책을 나갔다고 한다.
걷기가 휴식 이상의 기능과 의미를 갖는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되었다. 학생 50여 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몸을 움직이면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앉아서 문제를 해결하게 했다. 실험 결과, 몸을 움직인 그룹은 85%가 문제를 해결했고 앉아 있던 그룹은 65%만이 문제를 해결했다. 문제 해결 속도 역시 몸을 움직인 그룹이 더 빨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176명에게 걸을 때와 앉아 있을 때를 구분해 창의력을 측정하는 질문을 했다. 그러자 대개의 응답자가 걸을 때 훨씬 창의력이 돋보이는 답변을 내놓았다.
해마 자극하고 편도체 억제하는 원리
걷기와 창의력의 관계를 매개하는 주인공은 ‘해마다. 걸으면 뇌의 해마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해마는 기존의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마가 편도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점도 중요하다. 편도체는 불안이나 공포, 초초함 같은 스트레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뇌 부위로, 해마와 편도체는 서로 ‘길항작용으로 연결돼 있다. 말하자면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해마의 기능이 떨어지고, 해마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면 편도체가 힘을 못 쓰는 식이다. 그러므로 걷기를 통해 해마를 활성화시키면 자동적으로 편도체가 둔화되어 부정적인 감정이 줄어들고 그 빈 자리를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채울 수 있게 된다.
창의력 높이는 걷기 원칙
반드시 밖으로 나갈 필요도, 작정하고 시간을 채울 필요도 없다. 사무실 복도도 좋고, 단 몇 분의 틈새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저 걷는 행위면 된다. 앞서 스탠퍼드 대학교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실내에서 걷거나 러닝 머신 위를 걸을 때조차 앉아 있을 때보다 주어진 질문에 훨씬 창의적인 답변을 내놓았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첫째, ‘혼자 걸을 것이다. 말과 생각을 멈추고 내면에서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둘째, ‘목적을 내려놓을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자유롭게 사유하기 위해서다. 셋째, ‘약간의 변화를 줄 것이다. 완전히 낯선 장소가 아니어도, 익숙한 것에 한 꼬집 만큼의 변화를 줄 때 우리가 기대한 걷기 효과는 더 좋을 수 있다.

[ 송이령(프리랜서)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2호(24.3.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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