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티슈 한해 처리비 1793억원…"폐기물부담금 쉽지 않아"
입력 2024-03-24 09:46  | 수정 2024-03-24 09:49
물티슈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당·가정용 물티슈 생산량 연간 160만t 추산
거의 매립·소각…제조업체 영세해 실효성 의문


한해 물티슈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1783억원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오늘(24일) 연합뉴스가 환경부에 의뢰한 '일회용 물티슈 최적관리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식당과 카페 등에서 사용되는 '식품접객업소용 물티슈'(2022년 기준) 생산량은 연간 31만7000t, 가정에서 주로 쓰이는 '인체 세정용 물휴지'(2019년 기준)는 한해 129만t이 생산됩니다.

연간 물티슈 발생량은 8만t이고, 물휴지 쓰레기는 32만 3000t으로 추정됩니다.

물티슈는 단순히 '물에 젖어있는 휴지'가 아닙니다. 대체로 폴리에스터 등 플라스틱 재질이 섞인 혼방 원단으로 만들어 다른 생활쓰레기와 함께 소각되거나 매립됩니다.


가정용 물티슈 일부는 펄프나 레이온(인조견) 같은 비합성수지 재질로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잘 찢어지고 단가가 비싸다는 단점 때문에 식당용 물티슈로 확산하진 않습니다.

실제 식당용 물티슈 제조업체 78곳을 설문 조사한 결과 '폴리에스터와 레이온 혼방'을 사용한다는 업체가 87.2%였습니다. 펄프나 레이온만 쓴다는 업체는 각각 7.7%와 3.8%에 그쳤습니다.

섬유로 제작돼 물리적으로든 화학적으로든 재활용할 기술이 아직 없고 '개인 위생용품'으로서 분리배출도 안 되는 물티슈는 거의 다른 생활쓰레기와 함께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연구진은 식당용 물티슈 폐기물 처리에 연간 355억원, 가정용 물티슈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엔 연간 1428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쓰고 버리는 물티슈를 처리하는 비용이 1년에 1783억원에 달하는 셈입니다.

이에 따라 2026년 수도권, 2030년 전국에서 종량제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 폐기물 처리비가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물티슈 / 사진=연합뉴스


이번 연구는 폐기물부담금 부과 등 물티슈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자 실시됐습니다.

'폐기물부담금제'는 쓰레기양을 줄이고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위해 유해물질을 함유했거나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재료·용기 제조자에게 폐기물 처리비에 상응하는 금액을 내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플라스틱 제품과 고합성수지 아이스팩, 일회용 기저귀, 담배 등에 폐기물부담금이 부과됩니다.

연구진은 식당용 물티슈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점, 식당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 이어져 온 점을 통해 식당용 물티슈를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자발적 노력을 통한 폐기물 감량 방향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물티슈 폐기물부담금 부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제조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폐기물부담금 부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연구 설문조사에 참여한 식당용 물티슈 제조업체 중 64%가 연 매출액이 10억원에 못 미쳤으며, 특히 13%는 3억원 미만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설문조사에서 식당용 물티슈 제조·생산업체 80%가 2~3년 내 펄프나 레이온 등 비합성수지로 재질을 변경할 계획이었다"며 "민간에서 자발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2022년 식품접객업소(식당)와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물티슈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서 반발이 나오자 시행이 유예됐다가 아예 철회된 상태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물티슈 제조업체들이 워낙 영세해 폐기물부담금 부과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있다"라면서 "폐기물부담금을 비롯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최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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