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이어령의 강의 외
입력 2024-03-11 11:31 


시대의 지성, 고 이어령 선생의 2주기를 맞아 '이어령의 강의'가 나왔습니다.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글을 통해 선생의 지혜를 배웁니다.

평생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유로운 지적 유영을 멈추지 않았던 선생은 마지막까지 세상에 남을 이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나누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의 가르침을 담은 책에는 선생의 수많은 강연 중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10편을 가려 모았습니다.

선생은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 '자기의 삶을 창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할 것을 당부합니다. "배운 것을 취합해서 묻는 것"이라는 학문의 본질로 돌아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끝없이 질문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사실상 어렸을 때 전부 천재들이었어요. 왜? 끝없이 물었어요. 어머니한테 묻고, 아버지한테 묻고, 사람들한테 물었는데 그 물음을 누가 죽였나요? 어른들이 다 죽여버린 거예요.


(…) 여러분이 나이가 들고 학교에 간다는 것은 질문하는 방법을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새가 왜 우냐고 어린애들이 물으면 답변을 못 하면서도 부질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인간의 모든 창조는 질문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새로운 시대를 여는 창조의 공간」에서

이와 함께, 선생은 "문화의 힘, 언어의 힘, 예술의 힘이 세계를 지배"하는 새로운 시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창조의 비밀을 전하는데 '눈물'과 '외로움'입니다.
세종대왕도, 아인슈타인도, 퀴리 부인도 울부짖음과 상처가 있었기에 위대한 발명이 가능했음을 밝히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고통과 외로움을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하여 창조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면 우리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까지 우리의 젊은이들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남을 따라가는 삶"이 아닌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삶을 살기 바랐던 이어령 선생의 강의를 통해 언제나 젊은이들이 잘살기를 소원했던 진심이 전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신간 '인생의 오후를 즐기는 최소한의 지혜'는 중년들에게 새롭게 도약하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새로운 도약을 막는 '일과 성공 중독' '세속적인 보상에 대한 집착' '쇠퇴에 대한 두려움'을 제거하는 법을 사회과학, 철학 등의 지혜를 바탕으로 알려줍니다.

실제 영국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노년에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종의 기원'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노년기 연구가 주목받지 못하자 좌절에 빠졌습니다. 반면 독일 작곡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는 청년기에 이어 노년기에도 행복한 삶을 살았는데 젊을 때는 천재 음악가로, 노후에는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으로 인생을 재설계했습니다.

직장에서의 능력은 일을 시작하고 20년 차에 최고점을 찍고 떨어지는데 행복감은 점점 더 낮아져서 50대가 되면 최저점을 찍게 됩니다.

잘나갔던 사람들은 그 추락을 더 크게 느끼고 자신이 이룬 성취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방법을 택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일에서 권력과 성취를 좇아온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은퇴 후 더 불행해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저자는 이런 행동은 분노와 좌절을 남길 뿐이라고 조언합니다. 50대 이전 강점과 50대 후 강점은 서로 달라서 나이가 들면 새로운 강점을 발견해 새로운 제2의 인생 곡선에 올라타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업적, 육체적 쇠퇴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법, 인생 후반기에 찾아오는 외로움을 견뎌내는 법,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법 등을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심리학을 공부하고 후회와 실수가 줄었는데, 그 비결은 타인의 심리를 더 잘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합리적 의심'이 더 많아진 덕분입니다.

스스로를 '의심 많은 심리학자'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심리학을 둘러싼 거짓과 오해, 그리고 착각을 파헤치며 신중한 판단과 선택을 돕는 심리 교양서를 독자에게 전합니다.

책은 지능, 성격, 행복과 같은 자기계발뿐 아니라, 인지심리에서 뇌과학, 심리치료, 연애,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심리학을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법을 안내합니다. 척 보고 상대 심리를 알아내서가 아니라, 사람은 너무 쉽게 속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면서 심리학을 통해 세상의 소란에 휩쓸리지 않고 생각의 중심을 잡아주는 의심의 도구로 사용할 때, 우리는 더욱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모래, 소금, 철, 구리, 석유, 리튬 등 6가지 물질과 그와 관련된 산업이 어떻게 인간 세계를 확장시키고 역사를 움직여 왔는지를 사례와 함께 설명합니다.

영국 언론인인 저자가 세계의 가장 메마른 땅, 바다의 가장 깊은 곳, 땅속과 땅 위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떠납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유리, 반도체 등 우리 삶의 필수재가 된 물품의 근원을 추적하는데 이들 물질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전력을 공급하고, 집과 빌딩을 짓는 데 사용됐으며 생명을 구하는 의약품을 만드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아타카마 소금 사막에서 만들어진 리튬이 미국의 기가팩토리 네바다에서 이차전지가 되어 전기차에 장착되고 영국 로칼린 광산의 모래는 실리콘이 되어 티끌 하나 없는 대만의 TSMC 반도체 공장에서 칩으로 생산돼 빅테크 기업으로 향합니다.

단순히 해당 물질의 역사만 쭉 기술했다면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전문서가 됐을 수도 있지만 원제(Material World: A Substantial Story of Our Past and Future)를 반영하듯 저자의 시선은 기후변화와 인류의 미래까지 확장됩니다.

"이 세계가 없다면 당신 손 위의 아름다운 스마트폰은 작동하지 않고, 전기차는 배터리를 갖지 못할 것이다. 물질세계는 당신에게 화려한 집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의 집이 계속 버티고 서 있도록 지탱한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당신을 따뜻하고 청결하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준다."



대부분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5세 이후를 두려워합니다. 사회로부터의 소외, 노쇠한 신체,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등 걱정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미국의 노년학자와 생물학자가 함께 쓴 이 책은 질병과 치매 없이 100세 이상 장수하며 살아가는 노인들을 심층 취재해 그 이유를 탐구했습니다.

신간은 나이 들수록 더 생산적이고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3가지 길을 제시하는데 먼저 '목적성'. "매일 아침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를 만들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목적의식이 삶을 충만하게 채웁니다.

다음은 '적응력'입니다. 기존에 살던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변화에 대응할 것을 권합니다.

마지막은 '계획성'입니다. 뼈 건강을 유지하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고 규칙적으로 해야 할 운동법도 소개합니다.

이 책은 한 세기 가까이 살아온 노인들의 생생한 조언을 통해 '나이 듦'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돕는다.

'내셔널 크리스토퍼상'을 받은 노년학자와 생물학자가 황혼을 삶의 절정기로 만든 그들의 비밀과 우리 몸과 뇌가 어떻게 나이 드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중년 이후 필요한 건 낙담이 아닌 '희망'과 '계획'임을 알 수 있습니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