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 편지는 이란에서…" 검열 뚫고 중국 정부 비판한 전직 기자의 글
입력 2024-03-02 10:29  | 수정 2024-03-02 10:44
'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에 올라온 우 친의 글 / 사진=메이드 인 차이나 저널 사이트 캡처, 연합뉴스
'반정부 인사' 찍혀 경찰 구금…인권유린 등 경험담 SNS 개시
당국 눈 피해 두 달간 유포돼 10만 조회수…이후 독일로 이주


중국의 전직 기자가 쓴 정부 비판 글이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몇 달이나 속여 화제가 됐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중국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이란에서 히잡 반대 시위를 벌이다 감옥에 갇혔다는 한 여성이 쓴 편지가 올라왔습니다.

마흐샤라는 이 여성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보내는 이 편지에서 비밀경찰이 자신과 친구들을 붙잡아 가둬두고 심문 과정에서 각종 인권 탄압을 저질렀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란에서 온 편지임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댓글 등을 통해 "이게 정녕 외국 이야기가 맞냐, 어디서 본 이야기 같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두 달 가까이 중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공유된 이 글은 사실 중국의 기자 출신 여성 작가 우 친이 쓴 글입니다

해당 내용은 그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실제 겪은 일이었습니다.

우 친은 WSJ과 인터뷰에서 당시 그가 광저우의 자택에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친구 3명과 함께 구금됐다고 밝혔습니다.

진보 성향의 작가와 예술가, 활동가들과 자주 모임을 가져온 그가 당국의 탄압 대상에 오른 것입니다.

경찰은 우 친과 그의 동료들을 밤새 심문한 뒤 그들에게 '말다툼을 벌이고 소란을 일으킨 죄'로 15일간의 행정 구금을 명령했습니다.

경찰은 당초 이들을 베이징으로 이송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규제로 도시 간 이동이 어려워 이들을 우선 풀어줬습니다.

우 친은 심문 과정에서 그의 휴대전화 속 데이터를 모두 가져간 경찰이 그 내용을 근거로 그를 다시 체포할 것을 우려해 중국을 떠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당한 일을 증거로 기록해야 한다고 느낀 우 친은 검열 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경험담을 이란의 감옥에 갇힌 한 여성이 쓴 편지 형태로 각색해 위챗에 올렸습니다.

이번 해 1월 공개된 이 글은 검열 당국의 눈을 피해 우 친과 같은 진보 성향의 독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퍼지게 됐습니다.

우 친은 글에서 화자인 마흐샤가 '말다툼을 벌인 죄'로 기소됐다는 등 주의 깊게 읽으면 중국을 연상시키는 사소한 설정을 숨겨놨다고 WSJ에 털어놨습니다.

글에는 그가 심문당하며 느낀 감정과 남성 경찰이 그가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감시하는 둥 인권 유린 사례가 여럿 담겼습니다.

이후 중국을 무사히 빠져나와 독일에 자리 잡은 우 친은 최근 이 글의 작가가 자신임을 공개하며 자세한 경험담과 각주, 영어 번역본을 공개했습니다.

이후 중국의 각종 SNS에서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그가 기존에 썼던 글이 검열에 의해 삭제됐으나 그전까지 위챗 등에서 조회수 10만 회 이상을 기록했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현재 우 친의 모든 중국 SNS 계정은 폐쇄된 상태입니다.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는 우 친은 앞으로 미얀마 군사 쿠데타로 인해 망명한 이들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탄압 받는 사람들에 대한 글을 쓸 계획이라고 WSJ에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에서는 활동가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국의 활동가들은 자기 자신을 돌볼 수만 있어도 이기는 것이다. 그리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에너지와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추가적인 행운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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