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75년 전 뉴욕 영사가 기록한 쿠바 이민 한국인 가족
입력 2024-03-01 19:00  | 수정 2024-03-01 19:38
【 앵커멘트 】
최근 한국과 쿠바가 정식 수교를 맺었죠.
그동안 단절됐던 쿠바에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인이 있습니다.
100년 전 태평양을 건너 사탕수수밭에서 모진 세월을 견뎌야 했던 한 가족을 미국 총영사가 재외동포로 인정한 문서가 처음 공개됐는데요.
이들 가족은 힘겨운 와중에도 단체를 결성해 십시일반 독립자금을 모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치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기자 】
1950년 6·25 전쟁이 터지기 전, 대한민국 주 뉴욕 총영사관에서 작성한 빛바랜 문건입니다.

재외국민등록증이라 적힌 문서에 한글로 '주한옥'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고 사진도 있습니다.


1989년생인 주 씨는 당시 쿠바 마탄자스 한인촌에 살고 있고, 괄호에는 전남 우수영 출신이라고 적었습니다.

이 문건은 주 씨 가족이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고자 작성됐습니다.

이미 주한옥 선생은 세상을 떠났지만, 문건은 후손이 보관해오다 75년 만에 쿠바에서 발견됐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1년 한국을 떠나 멕시코에서 일하던 한인 가운데 주 선생을 포함한 300명이 쿠바 사탕수수 농장으로 옮기려 배에 올랐습니다.

설탕값은 폭락했고, 쿠바가 공산화의 길을 걸으면서 이들의 존재는 잊혔습니다.

주한옥 선생 가족은 힘겨운 삶을 사는 와중에도 100차례가 넘는 독립 자금을 냈고, 자녀들도 기부에 동참했습니다.

주 선생의 큰딸 미엽 씨는 102살의 나이로 쿠바에 생존해 있습니다.

▶ 현장음 : 쿠바 현지 후손의 집
- "주한옥 선생과 안순필 선생의 후손이 사는 집입니다. 애국지사의 집이죠. 화장실도 없이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쓰레기 창고같이 되어 있는 집입니다."

미엽 씨 또한 대한여자애국단에 들어가 독립운동에 이바지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아직 독립 유공 서훈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외교부가 발표한 재외동포 현황에 쿠바에 외국국적 시민권자, 즉 한인 후손은 3명만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실제로는 1,000명이 넘습니다.

▶ 인터뷰 : 김재기 / 전남대 교수
- "지금도 늦었죠. 벌써 5세 6세 됐기 때문에, 그분들의 거룩한 헌신을 찾아서 우리가 (기억해야 합니다.) 그게 국가가 해야 할 당연한 의무잖아요."

▶ 인터뷰 : 고 김월선 / 쿠바 독립운동가 김세원 선생 후손
-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MBN뉴스 정치훈입니다. [pressjeong@mbn.co.kr]

영상취재 : 최양규 기자
영상편집 : 이주호
그래픽 : 정민정
자료출처 : 김재기 교수, 공훈전자사료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