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동훈, 연일 '사전투표 인쇄 후 날인' 강조…선관위 "불가"
입력 2024-02-14 14:07  | 수정 2024-02-14 14:13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모의개표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수검표 실습을 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7일 관훈토론회와 어제(13일) 비대위 회의에 이어 오늘(14일)도 '사전투표 날인' 요구를 직접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왜 사전투표 때만 투표용지에 관리관 직인을 미리 인쇄하느냐는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본투표에서는 관리관이 직접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유권자 불편을 이유로 들며 한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사진 = 연합뉴스


한 위원장은 오늘(14일) '사전투표 날인' 요구와 관련해 "선거 관리를 엄정하게 하자는, 절대로 폄하될 수 없는 주장"이라며 "민주주의를 이루는 본질 중 하나가 선거고, 선거는 결과 뿐 아니라 절차도 본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가 본투표보다 가치가 낮지 않다. 다 같은 한 표"라고도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전날(13일) 비대위 회의에서도 "공직선거법에는 '사전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의 사전투표관리관 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뒤 선거인에게 교부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지금은 사전투표의 경우에는 도장을 찍는 게 아니라 관인(도장)이 인쇄된 용지를 그냥 나눠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본투표에서도 하고 있는 것을 똑같은 효력이 있는 사전투표에서 하지 않겠다고 고집 부리는 것은 국민께서 선관위의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의지를 의심하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도 사전투표 날인 문제를 거론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비 수검표 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선관위는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하지 못하는 사전투표 구조상 직접 날인은 대기시간 증가 등 유권자 불편을 초래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수천 명이 방문하는 사전투표소에서 관리관 직접 날인 방식을 쓰면 유권자 대기 시간이 1시간씩 늘어날 것"이라며 "유권자들이 투표소를 찾았다가 투표를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본투표는 모든 유권자가 자기 주소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구의 후보자와 정당이 적힌 투표용지를 미리 인쇄해 놓을 수 있습니다.

반면, 사전투표는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의 주소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때그때 투표용지를 인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본투표에서는 이미 인쇄된 투표용지에 100매 단위로 관리관 도장을 미리 찍어 놓을 수 있지만 사전투표에서는 여러 대의 투표 용지 발급기에서 서로 다른 용지가 계속 출력되기 때문에 도장을 미리 찍어둘 수 없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입니다.


한 위원장의 말대로 사전투표관리인은 투표용지를 인쇄해 자신의 도장을 찍어야 하지만, 선관위는 관리관이 사전투표소를 돌아다니며 여러 대의 발급기에서 출력된 투표용지에 매번 도장을 찍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2014년 사전투표 도입 때부터 직인 인쇄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를 위해 '관리관 도장 날인은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관리관 인쇄 직인'이 적법하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 / 사진 = 연합뉴스


한 위원장의 문제 제기에 야권에서는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했던 사전투표 결과가 총선에서도 대동소이할 것 같으니 미리 선거 불복을 위한 포석을 까는 것인가"라며 "집권 여당 대표가 있지도 않은 부정선거 가능성을 언급해 선관위의 선거 관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니 한심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여당이 부정선거에 손대는 것은 수준 이하의 행동"이라며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인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있음에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냥 어르신들 불안감 조장해서 선거 치르자는 이야기다. 음모가 아니라 정책으로 선거를 치르자"고 말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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