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 '질소가스 사형' 세계 최초 집행…"22분 후 사망"
입력 2024-01-26 16:33  | 수정 2024-01-26 16:39
미국 사형수 케네스 스미스(좌), 앨라배마주 사형실(우) / 사진 = 연합뉴스, AP
'실험 대상 아니냐'는 비판도

미국에서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이 세계 최초로 집행됐습니다.

동물 안락사 때도 안 쓰는 질소 가스를 이용했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 논란이 일었지만 강행된 겁니다.

현지 시간 25일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는 살인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58세 케네스 스미스를 질소로 질식 시켜 사형했습니다.

사형수의 안면을 덮은 인공호흡기에 질소를 공급해 저산소증으로 숨지게 하는 건데, 스미스는 사형 집행이 시작된 지 22분 만에 사망 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 집행에 앞서 스미스 측은 "스미스를 잔혹한 새 처형 수단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형 집행을 중지해 달라고 연방대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러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앨라배마주가 질소 가스 사형을 집행한 겁니다.

앨라배마주 법무장관인 스티브 마셜은 "질소 가스가 효과적이고 인간적인 처형 수단으로 이제 입증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형 집행에 앞서서도 반대 목소리를 냈던 종교단체, 유엔 인권기구는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스미스를 상담해온 제프 후드 목사는, 앨라배마주가 질소 가스 주입 시 단 몇 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으로는 사망할 것으로 예상한 것에 대해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 우리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교황청과 연계된 가톨릭 자선단체인 상테지디오는 "야만적이고 미개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유엔인권사무소는 질소 가스 사형은 대형 동물을 안락사시킬 때도 쓰지 않는 방식이라 고문과 다름없다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앨라배마주는 지금까지 고안된 사형 집행 방식 중 질소 가스 처형이 가장 인도적인 처형 방법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특히 청부 살인을 저지른 스미스에 대한 사형 집행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정당성을 부여했습니다.

한편, 스미스는 지난 1988년 한 목사에게서 1,000 달러에 청탁 받고 이 목사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 목사는 큰 빚을 진 뒤 아내의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기획했는데,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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