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법 "책가방에 '몰래 녹음기', 아동 학대 증거 사용 불가"
입력 2024-01-11 11:04  | 수정 2024-01-11 16:59
사진=MBN DB
“수업시간 교사 발언, 타인 간 대화 해당”

학부모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파일의 법적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오늘(1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2018년 초등학교 3학년 담임으로 근무하던 A 씨는 전학을 온 학생에게 수업 도중 16차례에 걸쳐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법정에 섰습니다.

A 씨의 행위는 학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몰래 넣어둔 녹음기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A 씨 측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타인 간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했으므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유죄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입니다.

사진=MBN DB

따라 재판에서는 몰래 녹음한 녹취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1·2심은 녹음파일 증거 능력을 인정,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일부 발언을 내용상 무죄로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2심은 피해 아동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스스로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A 씨의 발언이 교실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다”며 A 씨의 행위가 중대한 범죄에 해당해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해당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몰래 녹음한 녹음 파일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교사가 교실에서 수업 시간 중 한 발언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이라며 일반 공중이나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습니다.

또 피해 아동의 부모가 몰래 녹음한 피고인의 수업 시간 중 발언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며 결국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므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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