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월성원전 자료 530건 삭제"…산업부 공무원들 '유죄→무죄'
입력 2024-01-09 15:52  | 수정 2024-01-09 16:09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 사진 = MBN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 2018년 6월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에서 월성 원전에 대한 조기 폐쇄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9년 12월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영구 정지가 확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결정 과정에 문재인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입니다.

문재인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공무원들이 월성 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과 외부 회계감사 기관까지 회유·압박했고, 원전의 경제성을 조작하고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는 내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장급 공무원 A씨와 과장 B씨는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에 대한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서기관 C씨는 2019년 12월 1~2일 심야에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업무 실무자인 A 씨 등이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상급자의 지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하여금 월성 원전을 불법으로 가동 중단케 한 사실이 발각될 것을 우려해 관련 파일을 무단으로 삭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 변호인 측은 "자료 삭제는 불필요한 자료 정리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지만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감사원이 제출을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하기까지 해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며 "이 때문에 감사 기간이 예상했던 기간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1심 선고 이후 A·B·C씨는 해임 징계를 받고 퇴사했는데, "감사 방해에 고의가 없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했습니다. 검찰도 양형이 가볍다며 항소했습니다.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 사진 = MBN


그런데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이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판단을 내린 겁니다.

대전고법 형사3부는 오늘(9일) "이 사건 자료는 담당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보관한 내용으로 공용전자기록 손상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공공기록물에 해당하는 중요 문서는 문서관리 등록 시스템에 등록돼 있고, 상당수 파일은 다른 공무원의 컴퓨터에도 저장 객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감사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법령에서 정한 절차에 따른 감사 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디지털 포렌식 또한 적법하게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선 사무실의 평온 상태를 해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C씨가 삭제한 파일 중 일부가 산업부 내에 동일한 전자기록으로 존재하고, 감사원은 C씨로부터 ID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아 접근 권한도 받았다"며 "감사 지연은 오히려 감사원의 부실한 업무 처리로 인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해 감사 방해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1심에서 징역형을 받았던 산업부 공무원들은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게 됐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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