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살려달라"던 70대 노인, 아내 유품 든 가방 찾았다
입력 2023-12-22 08:11  | 수정 2023-12-22 08:23
고모 씨가 인천 계양역에 붙인 쪽지, 되찾은 가방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 / 사진 = X(옛 트위터), 연합뉴스
길가에 두고 왔다고 생각한 가방, 유실물 센터서 발견
경찰이 CCTV 통해 전동차에 가방 두고 온 것 확인

아내의 유품이 담긴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지하철 역사에 쪽지를 붙인 70대 남성이 가방을 되찾았습니다.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한 누리꾼이 "어제 인천 계양역 갔다가 눈물 찔끔함"이라는 글과 함께 A4 용지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종이에는 "12월 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백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며 제발 돌려달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76세 노인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백팩 속에는 노트북과 SD카드 여러 개, USB 여러 개가 들어있다"면서 "USB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 주시면 꼭 후사하겠다"고 간절히 호소했습니다.

쪽지의 주인공은 2년 전 아내를 떠나 보낸 고모 씨. 고 씨는 김포 집으로 귀가하기 위해 계양역에서 아들 차를 탔고, 가방을 길가에 두고 왔다고 생각해 계양역 일대에 쪽지를 붙였습니다.

고 씨와 49년을 함께 지낸 그의 아내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다 2021년 10월 지인 모임에서 갑자기 쓰러진 후 73세의 나이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방 안에 들어있던 USB / 사진 = 연합뉴스

이 글은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고, 고 씨는 경찰관의 도움으로 가방을 되찾았습니다.

고 씨가 가방을 찾은 곳은 공항철도 검암역 유실물 센터입니다.

당초 고 씨는 계양역 길가에 가방을 두고 왔다고 생각했으나,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하차하면서 전동차 안에 가방을 두고 내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 씨는 "경찰관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제가 계양역 역사 내에서 가방을 메고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서 "전동차 안에 두고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유실물 센터에 연락했더니 다행히 가방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저에겐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아내의 유품을 되찾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전했습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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