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혐의' 변호사 119 녹취 공개…"응급처치 할 수 있는 상황 아냐"

검찰, A씨 구속 기간 오는 31일까지 연장

말다툼을 하다 아내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혐의를 받는 국내 대형 로펌 출신 미국 변호사의 119 신고 녹취가 공개됐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7시 49분쭘 119에 "여기 구급차가 급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아프다"는 A(50대)씨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19상황요원이 "가족 중 누가 아프냐"고 묻자 A씨는 "와이프"라고 답했습니다. 요원이 아내의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해달라고 요구하자 A씨는 "지금 다쳤다"며 "크게 다쳤다.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요원은 아내의 응급 처치를 위해 구체적인 상태를 물었지만 A씨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답을 피했습니다. 요원은 다른 사람을 바꿔달라고 했고, 이에 B씨가 요원에게 "일단 빨리 와 달라.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B씨는 "응급처치 필요 없고 병원으로 모셔다드리면 된다는 거냐"는 요원의 말에 "예"라면서도 "사고가 나가지고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기들이 있어가지고"라며 피를 흘리는 A씨 아내보다 아이들을 걱정했습니다.

소방은 신고 3분 만에 현장으로 출동하며 A씨에게 세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은 A씨 부인의 상태를 '무의식, 무호흡, 맥박 없고, 바닥에 피가 흥건한 상태였으며, 목 외상, 이마열상, 두부출혈로 외상성 심정지'라고 추정했습니다. 소방은 응급처치를 하며 아내를 2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아내는 오후 9시쯤 사망했습니다.

한편 A씨의 1차 구속 기간은 내일(21일)까지였으나, 검찰이 31일까지 연장 신청했습니다.

검찰은 구속 기간을 한차례 연장해 피의자를 20일동안 수사할 수 있습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부부 싸움 중 아내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이나 119가 아닌 전직 국회의원인 부친 B씨에게 전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B씨가 현장에 도착한 이후 소방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혜균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catfi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