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채권 손실 수천억 고객 돈으로 바꿔치기한 증권사…내부통제 붕괴
입력 2023-12-19 19:01  | 수정 2023-12-19 20:54
【 앵커멘트 】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9곳이 이른바 큰손 고객의 수익률을 맞춰주려고 서로 짬짜미로 다른 고객들 돈으로 돌려막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고령자에게 홍콩 ELS를 판 은행들 못지 않게 증권사들의 도덕 불감증도 위험 수위를 넘었습니다.
길기범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모두 9곳입니다.

이들 증권사들은 법인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단기 상품들을 팔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대거 손실이 나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결국, 증권사들끼리 서로 짜고 다른 고객들 돈으로 손실을 메워줬습니다.

예를 들어, A 증권사는 만기가 다가온 법인 고객 계좌에서 손실이 예상되자, 해당 계좌가 보유하던 기업어음을 B 증권사에 비싸게 팔아 수익을 맞췄습니다.


B 증권사도 마찬가지로 아직 만기 기간이 남은 A증권사의 다른 고객 계좌에 기업어음을 비싸게 팔았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고객들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면서 떠넘긴 손실만 5천억 원, 횟수만 6천여 회에 달했습니다.

사실상 고객 돈으로 사기를 친 것인데, 증권사들은 관행이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습니다.

▶ 인터뷰(☎) : 증권 업계 관계자
- "특별하게 어떤 법인한테 (이익 보게) 해주려고 한 것보다는 순차적으로 계약 기간에 따라 판매요구가 들어왔을 때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나 감사시스템도 먹통이었습니다.

▶ 인터뷰(☎) : 한국투자증권 관계자
-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는지 모르는 거여서…. 아마 후속 대책도 그 문제에 따라서 각 사에 따라 진행하고…."

▶ 인터뷰(☎) : 정호철 /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간사
- "공모펀드가 있음에도 이런 식으로 혼합해서 운영하는 것은 분명히 불법이고 잘못된 사기 거래라고 보입니다. 내부 통제의 중요성을 딱 그냥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

금감원은 각 증권사에서 거래를 도맡은 30여 명을 수사 당국에 넘길 계획입니다.

MBN 뉴스 길기범입니다. [road@mbn.co.kr]

영상편집 : 이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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